비이자 착시에 가린 실적…이찬우號 농협금융, 이자 장사 한계 드러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8.06 11:00 / 수정: 2025.08.06 11:00
이자이익은 뒷걸음질·NIM도 꺾여…대통령 지적 속 비이자 확대 개선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에 이자 장사에 매달리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가운데 상반기 농협금융은 뜻밖의 성적표를 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더팩트 DB·NH농협금융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에 "이자 장사에 매달리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가운데 상반기 농협금융은 뜻밖의 성적표를 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더팩트 DB·NH농협금융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에 "이자 장사에 매달리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가운데 상반기 농협금융이 뜻밖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본업인 이자이익이 줄어든 자리를 증시 덕에 불어난 비이자이익이 메웠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공언한 '비이자 체질 개선'이 하반기엔 착시보다 실질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6287억원을 올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 6.6% 줄어들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자이익은 4조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반면, 증시 반등 덕에 비이자이익은 1조3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해 '착시 효과'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으나 우리금융을 따돌리고 금융지주 4위 자리에 오른 것은 긍정적이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조5634억원으로, 농협금융과 비교해 653억원 작은 수치다. 하지만 KB금융(3조4357억원), 신한금융(3조374억원), 하나금융(2조3010억원)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모습이다.

다만, 은행과 카드 부문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1.88%에서 올해 1분기 말 1.75%, 2분기 말 1.70%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농협금융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NH농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18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 감소했다.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생명, NH농협캐피탈도 각각 20.7%, 5.6%, 18.9%씩 줄어든 순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증시 호조에 힘입어 46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협리츠운용의 순이익은 14억원에서 38억원으로 늘었다.

건전성 지표는 개선됐다. 6월 말 기준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0%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08%포인트 개선됐다. 상반기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65%, 10.35%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실적을 써낸 지난해 상반기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 말 이후로는 2분기 연속 개선됐다.

대손충당금적립율은 6월 말 기준 180.8%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리딩금융'인 KB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적립율은 138.5%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12.37%로 지난해 말보다 0.2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북구에서 개최된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북구에서 개최된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NH농협금융

문제는 하반기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시장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농협금융의 수익 기반은 가계대출에 치우쳐 있다. 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303조555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4% 증가했으며, 가계대출은 146조1685억원으로 6.2% 늘었다.

이에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비이자이익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이자수익 등 전통적 수익원을 통한 성장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손익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농업지원금과 계통대출 구조적 부담 문제는 여전하다. 디지털·글로벌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착시가 사라지는 순간 실적 공백이 드러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농협금융의 '정책금융 DNA'도 도전 과제다.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공익 목적을 수행하느라 매년 농협중앙회에 4000억원 안팎의 출연금을 부담해왔다.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농업지원사업비는 상반기 3251억원으로 전년보다 196억원(6.5%) 늘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59억원, 2022년 4504억원, 2023년 4926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엔 6110억원을 납부했으며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농협금융 ROE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농업지원사업비가 순이익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져 ROE 수치가 뒤쳐졌다. 지난해 ROE는 7.98%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자 유일하게 7%대에 머물렀다.

결국 NIM 방어, 비용 절감, 비이자이익 진화 등이 하반기 과제로 꼽힌다. 증시 훈풍이 꺾이고 금리가 더 내리면 비이자 착시 마저 사라질 수 있다. 구조적 한계를 뚫어내지 못한다면 상반기 역성장의 그림자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찬우 회장은 지난달 '2025년 하반기 농협금융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농협금융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점 추진과제로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뢰기반과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 등 자본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농업·농촌 및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책임경영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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