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암흑기에 빠지며 일부 기업들이 실적 부진과 기업회생에 직면했다. 가품 논란으로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용자 이탈이 지속되자 트렌비는 사업구조를 글로벌로 재편하고 중고 명품 중심의 '리세일 허브' 전략을 세우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렌비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신규 설치 건수는 모두 하락세다. 아이지에이웍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는 트렌비의 지난 6월 MAU는 11만154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고 신규 설치 건수도 지난해 1만4697건에서 올해 8108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트렌비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및 이용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국내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다소 줄어든 상태"라며 "단순히 이용자의 양적 성장보다 중고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용자들의 편의 개선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는 트렌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반 패션 플랫폼들이 하나둘 명품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쿠팡은 럭셔리 전용관 '알럭스(R.LUX)'를 론칭했으며 W컨셉, 무신사 등 역시 럭셔리와 부티크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큰손'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이에 맞서기 위해 트렌비는 중고 명품과 글로벌로 눈을 돌리며 '리세일 통합 허브' 플랫폼 전략을 내세웠다. 플랫폼 내에서 △즉시판매 △셔플판매(새상품 교환) △위탁판매 △C2B 경매 등 4가지 판매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트렌비 관계자는 "병행 수입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경쟁력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명품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다각도의 채널을 통해 신상품과 중고 모두를 아우르는 '리세일 통합 허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트렌비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선보인 C2B 기반 '트렌비 경매'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한 명품을 앱에 등록하면 전국 500여개 명품숍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낙찰된 상품은 트렌비가 직접 수거·검수한 뒤 판매를 마무리한다. 경매는 48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수료도 0%로 책정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다. 이에 론칭 3주 만에 누적 입찰수 1500건, 상품 등록 400건, 낙찰률 42%를 기록했다.
아울러 중고 명품을 해외에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빠른 위탁 판매' 서비스를 통해 미국, 호주, UAE 등 30여개국에 물량을 공급 중이다. 고객이 상품을 접수하면 AI가 실시간 시세를 제안하고 검수 후 24시간 내 트렌비의 글로벌 플랫폼 '트렌비 닷넷'에 노출된다.
판매가 3개월 안에 성사되지 않을 경우 셀러가 원하면 경매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 밖에 해외 소비자 니즈에 맞춰 퀵 배송 시스템을 갖춘 '퀵 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AI 기반 재판매 예측 기능을 통해 판매 실패 확률이 높은 상품에 대해 자동 할인 제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명품 시장의 핵심 과제인 '가품 유통 차단'을 더욱 강화해 신뢰도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트렌비는 지난 2022년 내부 감정 조직을 분리해 '한국정품감정센터'를 설립하고 AI 기반의 '마르스AI(MarsAI)'를 도입한 바 있다. 현재 감정 항목을 30종 이상으로 세분화했으며 명품 감정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파트너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트렌비는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향후 '가품 없는 K-리테일 플랫폼'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4분기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한 글로벌 기획전을 준비 중이며 영업이익 최고치 경신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비는 명품, 럭셔리를 싸게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 중고 명품을 플랫폼 중심으로 유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중고 명품 시장이 아직 소비자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감정 시스템과 글로벌 수요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