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4500억달러 ‘선물 보따리' 통했다…트럼프 달래고 상호관세 15% 타결
  • 정다운 기자
  • 입력: 2025.07.31 14:00 / 수정: 2025.07.31 16:49
조선협력 등 투자펀드 3500억달러·LNG 구매 1000억달러
“집요하게 미국 설득…한미 간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
우리 정부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당초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우리 정부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당초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8월 1일부터 부과 예정이었던 미국의 대(對)한 상호관세 25%가 양국 정부의 무역협상을 통해 15%로 낮췄다.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조선 협력 등을 포함해 대미 투자 펀드는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이와 별도로 100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관련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쌀, 소고기 등 농축산물은 지켜냈다.

◆대미 투자·구매 규모 총 4500억달러…‘농축산물’은 개방 사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투루스소셜에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로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선박 건조,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의 조선 협력은 1500달러 규모(마스가 프로젝트)로 투자된다.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펀드도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LNG 구매 및 기타 에너지 관련 제품은 향후 4~5년간 1000억달러 규모로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대미 투자·구매 규모는 총 4500억달러다.

대미 수출 비중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관세율은 15%로 합의됐다. 앞서 무역협상을 타결했던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금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고, 일본과 EU는 2.5% 자동차 관세를 부담해왔다. 이에 15%에 합의한 일본, EU보다 세율이 2.5% 포인트 더 낮아야 논리를 내세웠지만 미국에 통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고 우리 정부는 발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는 달라 다소 혼란도 야기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은 31일 오전 브리핑에서 "식량안보와 국내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산업부 기자단과 백브리핑에서 "농산물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얘기를 집요하게 (미국에) 설명하고 설득해 결국은 그 부분을 우리가 방어할 수 있었다"며 "한미 간의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투루스소셜에 "한국은 향후 미국과의 무역을 전면 개방(completely open)하고,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투자금액은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2주 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때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 기재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 기재부

◆상호관세 일본·EU와 같은 수준…"현실적으로 최선의 결과"

현재 미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완료한 주요 국가의 관세율은 △영국 10% △일본 15% △유럽연합(EU) 15% △베트남 20% △인도네시아 19% △필리핀 19% 등이다.

대미 무역흑자국이 아닌 영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주요 경쟁국인 일본, EU와 동일한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당장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부과가 적용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관세율을 15%라고 보면,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평가하고 싶다"며 "(영국과 비교에 있어선) 영국은 대미 무역흑자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일본 GDP의 약 반이니까 이번 투자금액이 좀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GDP 규모가 중요한게 아니라 미국의 흑자를 얼마나 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되레 우리 투자금이 적은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500억달러 (언론에)가 나온 걸 보면서 절묘하게 협상 균형을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의 지난해 상품교역 기준 통계를 보면 국가별 무역적자 순위는 우리나라가 660억달러로 일본(685억달러)에 이은 8위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임박한 만큼 협상은 선방했지만, 아직 농산물 등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아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일본보다 조금 부담이 되지 않나 싶기는 하다"며 "EU나 일본보다 더 나쁜 대우를 안 받은 것만으로 만족해할 상황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LNG 수입 자체가 나쁘지는 않고, 현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더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며 "농산물도 추후 내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내 반응을 봐야 하고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번 무역협상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500억달러 투자, LNG 수입 다 좋다"며 "외신을 보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대해 무관세로 들여오겠다고 하는데, 농산물인지 자동차 트럭인지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축산물 개방이) 우리한테는 민감한 부분인 만큼, 이번 무역협상 결과가 선방인지 아닌지는 구체적인 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 뉴시스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 뉴시스

◆관세 ‘소나기’ 피했지만…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 예단 어려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세율 및 부과 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소나기는 피했지만 반도체와 의약품 등의 관세가 곧 부과될 예정이다. 정부는 반도체, 의약품 관세는 이번 협상에 따라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보를 보면 예단하긴 어렵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철강 관세율 인하 논의는 이번 협상에서 빠졌다.

여 본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LNG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미국 국과 협의해서 추후 결정될 수 있는 자료를 미국에 요청 중"이라며 "오늘 협상 결과에는 포함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은 초기부터 강하게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강경하다"며 "명확하게 어떻게 바뀐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여 본부장은 트럼프 1기때와 달라진 통상환경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1기때에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참여했지만, 이번 협상에서 느낀 건 트럼프 1기와도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기업들이 인센티브 없이도 미국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게 미국 지도층에 주류의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소나기는 피했지만, 앞으로 3~4년간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안주하면 안 된다"며 "앞으로도 비관세 장벽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가능성 충분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여 본부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추가 요구 가능성에 대해 "이번 합의는 충분협의와 과정을 거쳐 합의한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3개월 6개월 이후를 본다면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를 봐야 해서 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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