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규제·예방 법안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이 양대 축이다. 예방 강화와 처벌 강화를 놓고 시각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규제 강화에 그칠 것이 아닌,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안전 규제·처벌과 관련한 상반된 시각, 상반된 입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6월 23일~7월 20일)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된 법안은 총 58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건설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법안만 33건에 이른다. 특히 건안법을 비롯해 산업재해 해소를 겨냥한 법안들이 쏟아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건설안전 규제·처벌과 관련해 국회 내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예방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기조와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같은 국회 안에서도 건설안전 관련 방향을 놓고 온도차가 드러난 셈이다.
먼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 제명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이 형사처벌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온 만큼, 법 명칭 자체를 예방법으로 바꾸고 형벌보다는 예방에 무게를 실자는 내용이다.
민 의원은 "이 법의 제정 목적은 형사처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데 있다"며 "중대재해의 예방과 사후 책임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특별법으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시기 발의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건설안전특별법안'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보다 직접적인 처벌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어 엇갈린 입법 기조가 도드라진다.
건안법은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안전관리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채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연매출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또 발주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공사에 관여하는 주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적시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산안법은 기후 위기 상황 시 작업중지 의무 확대·작업중지 기간 임금과 소득 보전 의무 부여·위반할 시 형사처벌 규정 등을 담고 있다.

◆ 중복 규제·과잉 처벌…건설업계 우려
건설업계의 우려는 깊다. 건안법의 경우 연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조항이 있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3%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사실상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 건의 과징금만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중 규제로 인한 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복 규제와 과잉 처벌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법 제정의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중처법을 통해 이미 처벌 규정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며 "추가적인 특별법 제정을 통한 처벌 규정 마련의 정당성에 대한 검토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건설안전사고 저감을 위해서는 사후 처벌 중심의 계속된 규제 양산이 아닌, 사고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규제 재점검과 관련 부처와의 종합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점에서, 단편적 규제 강화가 아닌 보다 거시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도는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나 무차별적 처벌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제는 처벌을 넘어 예방으로, 규제를 넘어 실효성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