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이상 기온에 따른 '기후인플레이션'으로 코코아와 생크림 가격이 급등하며 디저트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일부 업체들은 일찌감치 가격을 올렸고 매장에도 타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NYBOT-ICE) 기준 톤당 832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코아 서물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9425달러로 연초 대비 120% 이상 오른 후 한 차례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코아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서아프리카 주산지의 작황 부진이 꼽힌다. 이에 국내 초콜릿 유통·제조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대표 과자 초코송이의 가격을 20% 올렸다.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을 평균 8.6%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8개월 사이 초콜릿 제품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지난 2월에는 빼빼로, 가나마일드, 몽쉘 등 2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으며 지난 6월에도 한차례 가격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롯데웰푸드 측은 "주요 원재료 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다음 달부터 스위스 린트사의 수입 초콜릿 브랜드 '린도'의 7종 가격을 최대 29%까지 올린다.

코코아뿐만 아니라 생크림 가격도 급등세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며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젖소는 고온에 취약해 기온이 27도를 넘으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고 32도 이상 폭염이 이어질 경우 우유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한다.
낙농진흥회는 28일 우유 원유 생산량이 5~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매일유업 측도 하루 평균 집유량이 더위가 시작되지 전과 비교했을 때 5~10% 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하루 평균 집유량(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수집한 양)이 기존 1900톤에서 100톤 정도 줄었다"며 "8월에도 폭염이 지속되기에 원유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량이 줄어들면서 생크림과 유제품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500㎖ 기준 약 7000원이던 생크림 가격이 2만원까지 뛰기도했다. 앞서 업체들은 발 빠르게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최근 생크림 출고가를 약 9% 인상했고 서울우유는 지난 5월 흰우유를 제외한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린 바 있다. 여기에는 생크림, 가공유, 치즈, 연유, 주스 등이 포함됐다.
코코아와 생크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지 않자 케이크와 디저트 등 베이커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은 디저트 제품에 코코아와 생크림을 다량 사용하고 있어 두 원재료 모두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케이크 제품이 4만원에 육박한 상황이라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크림, 코코아가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 원재료이다 보니 '기후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향후 해당 원재료가 쓰이는 디저트도 줄줄이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