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설명하는데"…카뱅 AI 계산기는 '연소득-대출한도' 왜 말 못하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7.25 11:06 / 수정: 2025.07.25 11:06
베타판 AI 금융 계산기, 단순 산식은 '즉답'…소득-한도 질문엔 "아직 지원 안 해"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선보인 AI 검색에 이어 AI 금융 계산기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선보인 'AI 검색'에 이어 'AI 금융 계산기'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선보인 'AI 금융 계산기'는 '금리 3.5%·만기 3년이면 이자가 얼마나 붙어?' 같이 단순 산식은 바로 알려준다. 그러나 연봉 5000만원일 때 신용대출 한도를 묻자 "현재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온다. 같은 질문을 챗GPT에 입력하면 답변은 물론 6·27 가계부채 대책으로 신용대출이 연 소득 이내로 묶여 정확한 산정이 어렵다는 규제 설명까지 곁들인다. 왜 두 AI의 답변은 갈렸을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선보인 'AI 검색'에 이어 'AI 금융 계산기'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AI 금융 계산기'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질문만 하면 필요한 조건을 자동으로 채워 계산 결과를 내주는 서비스다.

기존 금융 계산기처럼 대출 금액, 금리, 기간, 상환 방식 등 모든 조건을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다. 금융 계산이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이나 고령자 등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뱅크 앱에 접속해 전체 탭에 들어가면 AI 금융 계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AI 서비스 이용을 위한 약관에 동의한 후 이용할 수 있다. '예적금, 대출, 환율 계산 AI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문구가 나왔고 '주식 투자 대신 예금에 1500만원 맡기면?', '지금 100만원 빌리면 얼마 내?' 등의 질문이 예시로 나왔다.

기자가 직접 '금리 3.2%로 3000만원을 24개월 빌리면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AI 계산기는 1초도 안 돼 월 상환액과 총 이자를 계산해줬다. 약 3101만원을 갚으면 되고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매달 똑같이 나눠낸다고 설명했다. '12개월 만기 적금, 월 50만원씩 넣으면 세후 이자가 얼마인지' 묻자 적용 금리 연 3%를 예시로 들어 세후 이자 8만2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기자가 직접 금리 3.2%로 3000만원을 24개월 빌리면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AI 계산기는 1초도 안 돼 월 상환액과 총 이자를 계산해줬다. /카카오뱅크 AI 금융 계산기 캡쳐
기자가 직접 '금리 3.2%로 3000만원을 24개월 빌리면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AI 계산기는 1초도 안 돼 월 상환액과 총 이자를 계산해줬다. /카카오뱅크 AI 금융 계산기 캡쳐

다만 AI 금융 계산기는 '연 소득 대비 대출 한도', 환전 수수료 계산은 하지 못했다. '연 소득 4000만원에 전세 2억으로 가려면 얼마나 나와?'라고 질문하자 "연 소득 기준 대출 계산은 아직 어려워요"라는 문구가 떴다. AI 검색으로 같은 질문을 하자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임차보증금의 최대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소득과 대출 심사 결과에 따라 한도가 결정돼요"라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을 챗GPT에 입력하자 "최대 1억6000만원이 마지노선이다" "연령이 34세 이하면 '청년 버팀목'이 가장 싸게 나옵니다" 등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고려한 계산도 함께 나왔다.

'달러 1만 USD를 오늘 살 때 환전 수수료까지 얼마야?'라는 질문에도 "환전 수수료 계산은 아직 지원하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AI 검색에서도 "오늘의 환율은 실시간 정보로 제공되지 않아서 정확한 금액을 바로 안내해 드리기 어려워요"라는 문구가 나왔다. 반면 챗GPT에선 25일 기준 1만달러 환전 예상 비용도 은행 창구, 모바일/인터넷 환전, 증권사 MTS 등으로 구분해 알려줬다.

카뱅 AI 계산기는 예·적금 이자, 대출 상환액, 환율, 만기일 등 단일 변수 계산 기능을 대화형으로 제공한다. 출시 보도자료에도 월 납입 이자를 기준으로 적정 대출금액까지만 안내돼 있고, 소득 대비 한도 산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는 베타 버전으로 정확도가 검증된 계산부터 지원 중"이라며 "연 소득-대출 한도 같은 복합 계산은 향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 기반 챗GPT는 국내 금융 규제의 직접 대상이 아니어서 정보형 답변 위주다. 반면 은행권 서비스는 전자금융거래법·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컴플라이언스가 우선이다. 은행이 구체 한도를 제시했다가 실제 심사 결과와 달라지면 민원·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특히 '소득-대출한도 계산'이 까다로운 이유는 6·27 대책으로 연 소득 이내 한도 규정을 포함해 DSR 40%+스트레스 DSR 3단계(금리 1.5%포인트 가산) 등 다층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서다.

개인 신용 변수도 있다. 카드론·마이너스 통장·CB사 신용점수에 따라 한도가 크게 달라 실시간 신용정보 연동 없이는 정확한 산정 불가하다. 은행별 내부 평점·가산금리 정책이 달라 단일 산식으로는 결과 왜곡 가능도 있다.

AI 금융 계산기에 연 소득 4000만원에 전세 2억으로 가려면 얼마나 나와?라고 질문하자 연 소득 기준 대출 계산은 아직 어려워요라는 문구가 떴다. /카카오뱅크 AI 금융 계산기, 챗GPT 캡쳐
AI 금융 계산기에 '연 소득 4000만원에 전세 2억으로 가려면 얼마나 나와?'라고 질문하자 "연 소득 기준 대출 계산은 아직 어려워요"라는 문구가 떴다. /카카오뱅크 AI 금융 계산기, 챗GPT 캡쳐

카카오뱅크는 올 하반기 두 개 이상의 복합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계산기로 고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지속적인 기능 업데이트 및 기술 고도화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신뢰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AI 검색'과 'AI 금융 계산기'를 시작으로 AI 기반 서비스를 연말까지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은행 입장에선 고객 보호·규제 준수가 우선이고 검증되지 않은 수치를 제시했을 때 민원·제재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 소득-대출 한도 계산이 은행 AI로도 가능해지려면, 데이터·규제·책임 삼박자를 맞춘 '금융 특화 AI 거버넌스'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AI 서비스가 소득-한도 계산까지 지원하려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 체계가 필수"라며 "오답과 민원을 최소화할 사전 검증·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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