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 역시 전세사기 광풍의 피해자입니다."
조성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은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반환보증제도 개선안 임대인 공청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전세반환보증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전세 제도와 관련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임대인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사기 문제에 있어서 임차인은 피해자고 임대인은 가해자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며 "그러나 양쪽이 상생의 관계로 회복되지 않으면 결코 전세사기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아서 임대인의 목소리를 듣고 어떻게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 시킬지 고민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공청회를 연 이유를 밝혔다.
조 위원은 전세반환보증보험과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을 전세사기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세반환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금융상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 중이다. 2017년 2월부터 정부가 모든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를 100%로 인상하며 주택가격과 동일한 수준의 전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이를 이용한 '무자본 갭투자'와 제도를 악용한 전세사기가 성행했다는 것이 조 위원의 설명이다.
조 위원은 전세사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현재 전세보증보험은 전세 계약 체결 후 임차인이 보증료를 납입하고 가입하는데, 이를 임대인이 사전에 의무 가입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는 것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조 위원은 "LTV 비율을 60~70% 수준으로 낮추면 집값 부풀리기를 통한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임대사업자 중에서도 임대 사업자 평가제도를 마련해 임대인의 신용과 주택관리 능력 등을 평가해 보증한도와 요율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견도 내놨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전세대출과 전세반환보증 범위의 축소에 공감하면서도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반발하면 임대인 임차인 모두 반발할 것"이라며 "예컨대 전세대출이 2년 만기가 됐을 때 대출금을 5~10% 의무 상환하는 식으로 장기적으로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행사에 함께한 비아파트 임대인들은 힘든 상황을 토로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했다. 전국오피스텔협회 대표라는 A씨는 "집을 20채 가진 임차인이 대위변제 한 건만 있어도 나머지 19채의 전세계약이 막히고, 신용이 바닥나 파산조차 불가능해진다.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두 파국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무너진 임대인을 구제할 방안이 없다"며 임대인을 구제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임대인 B씨는 "여기 있는 임대인들은 다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며 "좋은 마음으로 세입자를 보면서 임대업을 시작했는데,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저도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울먹였다.
임대인들은 비아파트에 대한 적절한 주택가격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인 C씨는 "보증보험까지 임대인이 내는 걸로 제안하는 건 죽어가는 사람의 목을 조르는 것"이라며 "일단 주택가격 산정을 제대로 해 주고 임대보증보험을 임대인이 들라고 하면 받아들이겠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걸 제안하는 건 시장을 모르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인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임대인 D씨는 "모두 전세사기 예견하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이 얘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며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의하고 정책을 만드는 데 반영할 수 있는 민원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