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통합 건설기계 계열사 출범 탄력…내부 '고용안정' 목소리 숙제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7.23 10:57 / 수정: 2025.07.29 11:12
공정위,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기업결합 승인
HD현대인프라코어 노조, 고용안정 확약서 등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가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계열사 간 합병을 승인하면서, HD건설기계 출범이 탄력을 받게 됐다. HD현대건설기계 100톤급 초대형 굴착기. /HD현대
공정거래위원회가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계열사 간 합병을 승인하면서, HD건설기계 출범이 탄력을 받게 됐다. HD현대건설기계 100톤급 초대형 굴착기. /HD현대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HD현대 건설기계 계열사 간 합병을 승인하면서 HD건설기계 출범이 탄력을 받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 시절부터 보유한 고사양 제품 생산 등의 장점을 통합법인이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다만 내부에선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HD현대인프라코어와의 기업결합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승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HD현대건설기계에 보냈다.

앞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 1일 계열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합병 절차를 밟은 뒤 내년 1월 1일 'HD건설기계'로 출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비율은 HD현대인프라코어 보통주식 1주당 HD현대건설기계 보통주식 0.1621707주가 배정된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분 구조는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37.6%), HD현대인프라코어(34.9%)에서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건설기계(35.8%)로 바뀐다.

1937년 조선기계제작소로 시작한 HD현대인프라코어는 대우와 두산을 거쳐 HD현대로 주인이 바뀌었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2023년 HD현대인프라코어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HD건설기계가 출범하면 인프라코어라는 명칭은 사라지게 된다.

HD현대는 조선·에너지와 함께 3대 사업 부문인 건설기계에서 계열사 합병으로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중복된 라인업을 효율화하고 공백 라인업은 보강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각 브랜드 HYUNDAI와 DEVELON은 듀얼 체제로 이어간다.

HD건설기계는 글로벌 시장 약 50%를 차지한 컴팩(소형건설기계) 사업에서 수익 극대화를 노릴 전망이다. HD건설기계는 컴팩 사업 독립 조직을 꾸려 2027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AM(애프터마켓) 인프라도 통합 구축한다.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지난 4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모빌리티쇼 미디어 브리핑에서 건설기계 차세대 신모델을 소개하는 모습.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지난 4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모빌리티쇼 미디어 브리핑에서 건설기계 차세대 신모델을 소개하는 모습.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가 양사를 통합하는 주요 배경은 신사업 기회 확대가 꼽힌다. 친환경·전동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기·수소굴착기, 스마트 장비 등의 출시·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지난 4월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차세대 신모델 굴착기를 공개한 바 있다.

HD건설기계는 오는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편입 이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서, 최종적으로 한 지붕 한 가족 체제로 바꾸며 통합 시너지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제품 라인업, 주력 시장 등에서 차이를 보였던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합병하면서 기존 양사 브랜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초대형 발전 엔진 수요가 늘고 방산 수출이 확대되는 시장 환경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가 과거부터 보유한 장점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양사는 영업과 회계 각 부문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합병을 위한 준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내부 설득이 주요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HD현대인프라코어 직원들은 합병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노동조합은 고용안정 확약서와 합병 정보 투명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임금협상에 합병 절차까지 겹쳐 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와 건설기계 수요 감소에 따른 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1분기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북미 매출이 전년 동기 11.8%에서 10.2%로 줄었다.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합병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건설기계 산업 발전 새로운 이정표가 돼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고용안정 및 처우에 관한 충분한 소통을 진행할 것"이라며 "합병 후에도 사업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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