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지난주 효성중공업이 100만원대 주가 고지에 오르면서 현재 국내 증시에 거래되고 있는 '황제주'가 4곳으로 늘어났다. 한 번에 황제주가 4곳이었던 적은 2018년 상반기 이후 처음인 가운데 차기 황제주 등극을 앞두고 대관식을 준비하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14일 전 거래일 대비 3.06% 오른 100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역대 첫 황제주에 등극했다. 이후 5거래일 연속 100만원대 주가를 고수했으며 최고가를 109만6000원(16일 장중)까지 끌어 올렸다.
효성중공업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배경은 올해 정부의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 주도 산업 투자 의지와 AI 제품군의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전력기기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미국 대형 전력회사로부터 2600억원 규모의 가스절연개폐장치(GIS) 공급 계약을 따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의지가 최소 3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전력주와 함께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도 효성중공업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교보증권은 주력 제품군인 초고압 차단기의 다변화와 유럽 시장 확대 기대감, 중장기적인 수 확장 국면 등에 수혜가 이어지고 기확보된 일부 물량의 수익성도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목표가를 118만원으로 높였고, 미래에셋증권은 목표가를 122만원까지 올려 잡았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 내 미국이나 유럽 등 고마진 지역 비중이 높아 수익성 높은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며 이익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공업 부문 실적도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누적된 고마진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매출화가 확대돼 영업이익률(OPM) 기준 구조적 개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효성중공업이 황제주에 오른 의미는 국내 증시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식품, 태광산업 등 올해 코스피 내 황제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7년여 만에 4개 종목이 한꺼번에 100만원대 주가에서 거래되고 있어서다.
이는 지난 2023년 국내 증시에서 황제주는커녕 주가가 50만원 이상이 종목 수가 4곳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경기 악화가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심리를 위축시켰고 기업들의 실적이 연이어 부진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태광산업, 영풍, 에코프로(코스닥) 등이 50~70만원대 주가를 형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다시 100만원대 주가를 넘긴 것도 코스피 기준 2년 4개월 만에 황제주가 재출현한 결과였다.
황제주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는 지난 6월 4일 증시 부양을 적극 추진하는 새 정부 출범 후 외인을 중심으로 수급이 이어졌고, 7월에는 3년 11개월 만에 3200선까지 오르면서 산업별 업황 회복세와 수주 기대감 등이 맞물려 호재가 된 영향이다. 효성중공업도 이 기간 150% 넘게 주가가 급등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다음 황제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우선 100만원 미만 종목 중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올해 상반기에도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와 방산업종 강세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뛴 종목이다. 역대 최고가는 지난 6월 16일 장중 98만7000원이며 21일 장에서도 92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는 이미 목표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올려잡아 놓고 있으며 코스피 호황이 지속된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황제주 등극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음으로 주가가 높은 고려아연(80만9000원, 이하 18일 종가 기준)도 황제주 재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경영진과 맞불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분쟁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10월 24일 처음으로 황제주(113만8000원)에 오른 후 같은 해 12월 6일 장중 최고 240만7000원까지 올랐으나, 공개매수 종료 후 모멘텀이 소멸면서 80만원대까지 조정을 받은 종목이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정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는 승기를 잡았으나 영풍·MBK 측도 일부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고 투자 의혹 제기나 가처분 신청 등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외로도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다시 분쟁이 격화한다면 뛰어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
60만원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LIG넥스원도 차기 황제주 후보군으로 꼽힌다. 방산업종 강세를 타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IG넥스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강세와 같은 맥락에서 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배 넘게 상승했으며, 최고가는 6월 24일 장중 65만원이다.
이 외에도 두산, HD현대중공업, 삼성화재, HD현대일렉트릭, 농심, 오뚜기, 한국쉘석유 등이 40~50만원대 주가에서 거래되고 있어 수급만 더 이어진다면 풍부해진 유통성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때 황제주였던 삼성전자, 영풍, 롯데칠성, 에코프로 등은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를 스스로 반납하고 자리를 물러준 상태이며, LG생활건강은 30만원대 주가에 그치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시장은 주가 강세에 따라 증시 주변 자금이 늘어나고 수급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라며 "추가적인 수급 유입 기대감이 있는 환경에서는 순환 이후 주도주의 주가 상승세가 재차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