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전국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농촌이 초토화되면서 밥상 물가에 또 비상이 걸렸다. 서울 면적의 약 40%에 달하는 농작지가 침수되면서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정부와 유통업계는 공급 차질로 먹거리 물가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일, 축산 등 할인 폭을 키워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 약 2만4247㏊(핵타르)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만500㏊)의 약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폭우는 충청과 남부 지역에 집중돼 농작물과 축산 피해를 키웠다. 침수 피해 작물은 벼(2만986㏊), 논콩(1860h㏊)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 멜론(139h㏊), 수박(127h㏊), 고추(108h㏊), 쪽파(95h㏊) 등도 피해를 입어 생산량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닭 92만5000마리, 오리 10만8000마리, 소 60마리, 돼지 829마리 등 103만 마리가 넘는 축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문제는 피해 작물 중 상당부분이 무더위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폭우 피해가 더해지면서 또 다시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박 1통의 소매가격은 3만866원으로 전월 대비 41%, 전년 대비 44.6% 올랐다. 또한 쌀 20kg 가격은 5만8441원으로 전년 대비 10.15% 가격이 상승했고 배추 소매가격 역시 포기당 4853원으로 한 달 전(3458원)대비 43.1%나 치솟았다.
축산물 가격도 불안정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 결과 특란 30개 기준 달걀 값은 7031원으로 1년 전 대비 6.7% 올랐다. 육계 가격은 ㎏당 5952원으로 전월 대비 6.9% 비싸졌다.
폭염과 수해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당장 먹거리 물가는 뛸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의 경우에도 폭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1.1%p 뛴 3.4%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다시 뛸 조짐을 보이는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35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오는 8월 6일까지 과일·닭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에 1인당 주 2만원 한도로 최대 40% 할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정부의 지원금액에 더해 추가 할인으로 제철과일과 축산품에 대한 할인 폭을 키우고 있다.
이마트는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사업과 자체 행사를 결합해 복숭아·수박 등 제철 과일과 돼지고기 등 축산품을 최대 36%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과일·채소·곡류 등 10여 품목에 중복 할인 혜택을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 피해로 인한 공급 차질로 주요 먹거리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통업계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와 함께 각종 할인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