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한 에쓰오일이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고 환경투자 비용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스팀크래커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지원하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다고 홍보해놓고 정작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18일 에쓰오일이 공개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만톤(1.36%) 증가한 983만2000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이하 톤)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배출(스코프 1), 간접배출(스코프 2), 기타(스코프 3) 등으로 나뉘는데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을 합한 수치다.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1003만6000톤에서 2022년 971만톤, 2023년 969만8000톤으로 줄었다가 2024년 다시 증가했다.
다른 정유3사와 비교해도 최다 배출량이다. 2024년 정유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에너지 718만3000톤 △GS칼텍스(15개 자회사 포함 연결기준) 906만톤 △HD현대오일뱅크 685만6000톤이다.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대규모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짓는 샤힌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증가하면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CEO는 보고서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가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ESG요소들을 경영 전략에 내재화하고 경영 활동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 관련해서도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천연가스 자가발전시설 도입을 위한 투자를 결정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공정 특성상 온실가스 다량 배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노진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는 단순히 나프타를 원료로 하지 않고 원유, LPG 및 기타 정유 공정의 부산물을 원료로 투입하는 COTC 공정을 도입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라며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크래커 공정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불가피하며 이는 이미 비슷한 크래커를 가동 중인 GS칼텍스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오염물질 관리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 비용을 줄인 것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대목이다.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CEO는 "탄소 배출량을 더 감축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탈탄소 로드맵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2050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에쓰오일의 환경투자비는 2023년 701억9500만원에서 지난해 469억5600만원으로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악취·HAPs 부문 투자비가 2023년 348억9300만원에서 지난해 184억54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에너지 저감·기술지원 부문도 2023년 226억7900만원에서 지난해 119억8900만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수질·해양 부문이 2023년 99억6600만원에서 지난해 131억4700만원으로, 토양·유해화학물질·폐기물 부문이 2023년 26억5700만원에서 지난해 33억6600만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전체 감소 폭을 상쇄하진 못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에쓰오일의 이사는 올해 3월27일 기준 총 11명인데 이중 여성 이사는 2명이다. 하지만 2명 모두 사외이사로, 사내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23년에도 11명 중 여성 사외이사 2명이었는데 이사회 구성이 그대로인 셈이다.
에쓰오일은 "이사회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내부 선정 절차에 따라 국적, 민족, 성별 등 다양성과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 간의 상호보완성을 고려해 이사 후보자를 선정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ESG 워싱'"이라며 "독립된 외부감사기관을 통해 ESG경영에 대한 허위보고가 있는지 감사보고서를 만들도록 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감사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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