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글로벌 해운 운임이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해운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로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급감한 데다 하반기에는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까지 예상돼 실적 부진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733.29를 기록해 전주(1763.49)보다 30.20포인트 하락했다. SCFI는 6월 첫째 주 2240.35를 기록한 뒤 5주 연속 내림세다. 지난 3월 셋째 주 기록한 연중 최저치(1292.75)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는 흐름이다.
노선별로는 미국 동안 노선이 1FEU(12m 컨테이너 1개)당 4172달러로 전주보다 48달러 상승했지만, 지중해 노선은 202달러 하락한 2667달러, 유럽 노선은 2달러 내린 2099달러였다. 중동 노선과 호주·뉴질랜드 노선도 각각 309달러, 153달러씩 하락했다.
최근 운임 하락은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로 인해 단기적으로 급증했던 '밀어내기 수출'이 종료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중국 등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선적을 서두르면서 6월까지 북미행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운임도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관세 적용 시점이 8월로 유예되면서 긴급 수출 수요가 줄어들었고, 7월 들어 출항 물량이 감소하며 운임이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하반기 시황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영국 해운조사업체 드류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컨테이너선 해운 수요가 다시 약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운임도 재차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율이 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반면 수요 증가율은 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운임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SCFI 기준으로도 운임은 계속 하락세이고,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 해운사들이 코로나19 시기에 확보한 유동성으로 대규모 발주를 진행해 많은 선복량이 새로 시장에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업은 수급 균형이 2~3%만 무너져도 운임이 급락하는 시장"이라며 "올해와 내년 사이에 시장에 유입될 신규 선박은 기존 선대의 30%에 달한다.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라서 운임 하락 압력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황 흐름은 국내 해운사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2025년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 대비 14.6%, 전년 동기(6444억원) 대비 43.7% 각각 감소한 수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 감소를 단순히 경영 악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운업은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고,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인 만큼 비교 구간에 따라 수치 해석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홍해 우회, 관세 회피 수요 등 일시적인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적이 높았던 측면이 있어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제한적인 해석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HMM은 실적 규모 자체보다는 불황기에도 수익성을 방어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 확보, 인도 등 신흥 항로 개척,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강화 등을 추진하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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