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달부터 시행되는 보험사 책무구조도 적용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이사회 독립 기능을 높일수 있도록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직 분리되지 않은 보험사들은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가운데, 이들 보험사들도 장기적으로 대표이사와 의장 분리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권에 선제적으로 도입한 책무구조도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 보험사에도 확대 시행된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위험관리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로, 임원별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사고 발생시 책임 전가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책무구조도는 특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지 않고 분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면 사실상 이사회가 CEO를 감독·견제하기 어렵고, 이사회 의결도 CEO 의중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오너 중심, 내부출신 CEO 체제가 주를 이루면서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미국·유럽 등의 경우 금융사들은 대부분 CEO와 의장을 분리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도 '경영과 감독의 분리'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해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이에 보험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일 성현모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고,KB손해보험 역시 지난달 26일 구본욱 대표이사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 자리에 조재호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ABL생명은 지난 7일 곽희필 신임 대표와 김치중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겸임을 분리했으며, 메트라이프도 지난 6월 지홍민 사회이사가 의장직을 맡으며 송영록 대표의 겸임 체제를 해소했다.
현재까지 책무구조도 도입 대상 보험사 30곳 중 9곳은 여전히 CEO와 이사회 의장이 겸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CEO와 이사회 의장이 겸직하는 곳은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 △김영만 DB생명 대표 등이 있다. 손해보험사는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송윤상 흥국화재 대표 등이다.
이들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새로운 내부통제 담당 임원을 선임하거나,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전날 브라이스 레슬리 존스 사내이사에게 내부통제 점검 책무를 부여했고 하나생명도 같은 날 이근규 본부장의 책무를 준법감시인으로 변경했다.
실제, 현대해상은 홍사경 상무를 위험관리책임자로 선임했으며, 미래에셋생명은 채희장 준범감시인을, 신한라이프가 이창현 준법감시인을 각각 선임했다.
향후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될 경우 보험사들의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지되진 않지만, 금융당국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할히 작동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본다"면서 "IFRS17 도입 등 금융당국이 글로벌 기준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만큼, 이사회 의장 분리와 관련해 감독을 강화하고, 업계에서도 자발적 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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