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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리=공미나 기자]
◆ 개포우성7차서 맞붙은 삼성·대우…설계·금융 경쟁 치열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에서 재건축 수주전이 한창이라고요.
-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지난달 19일 마감한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2020년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이후 약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당시 삼성물산이 52%의 득표율로 대우건설을 따돌리고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이번에 경쟁하는 개포우성7차는 어떤 단지인가요.
-이곳은 1987년 지어진 단지로, 전용면적 68~84㎡형, 802가구 규모입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122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3호선 대청역과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과 가깝고 영희초·중동중·중동고 등이 인근에 있어 우수한 입지를 자랑합니다.
-현재 단지 내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홍보를 진행 중이라고요.
-양사는 강남구청과 협의해 지난 3일부터 단지 내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조합원들과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조합원 절반 가까이가 다녀갈 만큼 관심이 뜨겁습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제안한 단지명이 각각 '래미안 루미원', '써밋 프라니티'라고 하는데, 양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인가요.
-우선 삼성물산은 글로벌 디자인 그룹 아르카디스와 손잡고 빛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과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부각시킨 설계안을 선보였습니다. 10개동·2열 대안설계를 제안하고, 열린 조망이 가능한 세대를 777세대까지 확대해 전 조합원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우건설은 프랑스 최고의 건축 거장으로 꼽히는 장 미셸 빌모트가 총괄 디렉터를 맡은 설계안을 공개했습니다. 개포 최장 길이인 90m 스카이브릿지로 두 동을 연결하고, 7개 주동을 2열로 배치해 통경축과 바람길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세대별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사생활 보호에 특화된 설계를 내놨습니다.
-사업 조건은 어떤가요.
-삼성물산은 업계 최고 신용 등급을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 능력을 앞세웠습니다. 사업비에 대해 한도 없이 금융조달 시점 시중 최저 금리를 제공하고, 착공 전까지 물가 변동에 따라 예상되는 공사비 인상분에 대해 최대 100억원까지 자체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또 추가 이주비에 대해 LTV 100%+@를 제안하며 대출 한도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868만9000원, 총 6757억이다. 이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예정 가격인 880만원보다 3.3㎡당 11만1000원 낮습니다. 공사 기간도 대우건설(47개월)보다 4개월 짧은 43개월을 제안했습니다.
-대우건설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0.00%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역대 정비사업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실착공까지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하는 공사비 인상 부분도 18개월분까지 반영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879만6000원, 총 6778억원으로 삼성물산이 제시한 것보다 20억원 비쌉니다. 대신 대안설계 적용에 따른 인허가 비용 등 30억원 및 대청역 직통연결 공사비 8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느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든 멋진 단지가 탄생할 것 같네요. 많은 기대가 됩니다.

◆ 개인정보 3년 보관…SKT 1조원 보상안 발표에도 욕먹는 이유
-다음은 통신업계 소식입니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내놨는데, 일부 내용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SK텔레콤은 최근 유심 해킹 사태에 대응해 1조2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및 정보보호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 가운데 고객을 위한 조치라고 밝힌 일부 내용이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 경쟁 측면에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지적되고 있나요?
-대표적으로 '고객 감사 패키지'에 포함된 해지 고객 정보 보관 조치가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해지일로부터 6개월 내 재가입할 경우 기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복구해 주고, 재가입 계획이 없더라도 고객이 동의하면 최대 3년간 가입 정보를 보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재가입 시 장기 고객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듣기엔 편의성 확대처럼 들리는데요?
-겉보기에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사 이익에 초점을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기 고객 혜택을 미끼로 재가입을 유도해 이탈 고객을 다시 묶어두려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입니다. SK텔레콤이 해지 고객 정보를 최대 3년간 보관하고 재가입 시 기존 혜택을 복원해 주는 방식은, 통상 6개월 내 삭제하는 업계 관행과 비교해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같은 정책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이탈 고객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문제, 정치권에서도 계속 지적해 온 사안이죠?
-네,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과 정필모 전 의원 등은 통신사들이 약관 범위를 넘어 해지 고객 정보를 과도하게 보관하고 있으며, 동의 절차에서도 고객에게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위약금 면제 기한도 논란이 됐다고요?
-맞습니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까지 해지한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한다고 밝혔는데요. 발표일인 4일을 기준으로 유예 기간이 10일, 영업일 기준으론 8일에 불과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7·플립7 사전 예약이 15일부터 시작되는 점과 맞물려, 타사 이동을 막기 위한 전략적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그런 분석이 있었습니까?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기한을 14일까지로 정한 건 상당히 전략적인 결정으로 보인다"며 "15일부터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의 사전 예약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해지할 고객은 미리 정리하고 이후 이탈은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SK텔레콤 측 입장은 어떤가요?
-해킹 사고 직후 이탈할 고객은 이미 대부분 해지했으며, 남은 고객을 위해 약 열흘 정도 유예 기간을 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불가피한 해지 고객에 대한 예외 조치도 있었죠?
-네. SK텔레콤은 장기 입원, 군 복무, 해외 체류, 도서산간 지역 거주 등으로 인해 기한 내 해지가 어려운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예외적으로 위약금 면제를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퇴원이나 귀국 등 사유 해소 후 10일 이내에 해지하고 신청하면 면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기한 내 제출하는 절차가 번거롭고, 당연한 면제 권리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리하자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대규모 보상책을 내놨지만 고객 입장에선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남아 있다는 평가네요?
-그렇습니다. SK텔레콤이 진정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