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부산 민심…가덕도 후폭풍 현대건설, 사업 추진 발목 잡나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7.11 17:03 / 수정: 2025.07.11 17:03
벡스코·고리에 관심 갖는 현대…입찰 제한 요구한 부산시
건설업계 "현대건설 제재는 과도한 처사"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한 현대건설에게 패널티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한 현대건설에게 패널티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서 손을 뗀 현대건설이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대건설의 부정당업자 제재 가능성이 거론됐고, 부산 내에서는 현대건설의 지역 사업 참여를 저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국책 사업을 명목으로 현대건설에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벡스코 제3전시장 건설과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부산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현대건설에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부산시의회는 현대건설의 제재 촉구 결의안을 이달 임시회에서 상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30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현대건설은 지난 5월 30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부산 내 현대건설을 향한 여론이 싸늘한 이유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예산이 10조5300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은 네 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정부는 당초 가덕도 신공항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목표 시점을 2029년 12월로 앞당겼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조기 개항 계획은 유지됐다.

현대건설과 국토부는 공사 조건을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현대건설은 설계상 난이도와 품질 확보를 이유로 공사 기간을 국토부가 입찰 공고상 제시한 84개월보다 2년 긴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춰 공사비도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현대건설은 지난 5월 30일 "지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하다"며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현대건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상 위반 여부를 포함해 부정당업자(계약을 이행하면서 부실 또는 위법행위를 한 자) 제재 대상이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부산 강서)은 현대건설을 향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기본설계 기간 중 시추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기를 늘리자며 계약을 철회했다"며 "이런 기업이 또다시 벡스코나 고리 같은 수익성 높은 지역 공공사업을 노리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부산 시민들도 움직였다. 동북아허브공항 국민행동본 등 7개 부산 시민단체는 지난 9일 부산시의회에서 브리핑룸에서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초유의 국책사업 포기 선언이라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상우(왼쪽)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현대건설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상 위반 여부를 포함해 부정당업자(계약을 이행하면서 부실 또는 위법행위를 한 자) 제재 대상이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박상우(왼쪽)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현대건설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상 위반 여부를 포함해 부정당업자(계약을 이행하면서 부실 또는 위법행위를 한 자) 제재 대상이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그러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을 과도하게 몰아붙이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 A씨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은 저가 입찰에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난공사"라며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해 서둘러 공사를 한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만 높아지는데, 현대건설만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으로도 현대건설을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해석도 많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와중에 컨소시엄 주관사에서 탈퇴했을 뿐, 정식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니었다. 발주처와 협상 단계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과거 법제처도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만으로는 낙찰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현대건설을 제재한다면 '괘씸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B씨는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재량"이라며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안으로 현대건설을 제재한다면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더욱 기피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고 말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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