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이 오픈 한 달을 맞이했다. 예상보다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에 제약업계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약물 오남용 등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9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는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건물 앞에는 '비타민', '파스' 등이 적힌 상자 수십 개가 쌓여있었고 작은 지게차가 정신없이 상자들을 옮겼다. 4~5명의 직원은 땀을 흘리며 쉼 없이 상자를 옮겼다.
지난달 10일 오픈한 메가팩토리는 약 130평 규모로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반려동물 의약품과 용품까지 2800여 가지가 구비돼 있었다. 약 2미터 높이의 선반은 보호대·벌레퇴치·기피제·테이핑, 영양제, 파스, 감기약, 피부질환용제, 한방제제, 멀미·갱년기·철분·미백 등 10여 개 코너로 나뉘어 있었다. 곳곳엔 미처 진열되지 못한 약상자가 쌓여있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반 곳곳에 빈자리가 드러났다.
손님들은 카트나 바구니를 들고 약을 쓸어 담았다. 한 40대 부부는 "더 살 거 없냐", "온 김에 사자"며 유산균 영양제 두 통을 담았다. 한 60대 여성은 벌레퇴치제를 가리키며 딸로 보이는 40대 여성에게 "이런 건 필요 없냐"며 물었다. 40대 남성은 어머니로 보이는 70대 여성과 파스를 고르며 "평소에 쓰던 것 말고 다른 것도 사보자"고 했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 4~5명이 돌아다니면서 복약지도를 해주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경기 용인시에서 왔다는 손고은(42) 씨의 바구니에는 진통제와 연고, 밴드 등이 담겨 있었다. 손 씨는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예상보다 많이 담았다"면서도 "평소 집에 두고 쓰던 약들"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약을 비교할 수 있고 동네 약국보다 저렴해서 좋다"며 "다음엔 부모님과 함께 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약사회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은 '그냥 한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라며 "약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4일 입장문에서 창고형 약국에 대해 "가격 경쟁만을 앞세운 의약품 난매는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고 의약품에 대한 신뢰까지 저하시킬 수 있으며 약사의 전문적인 약물검토와 중재, 복약지도가 제외된 세스템은 의약품 오남용,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정두선 메가팩토리 대표약사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기존 약국이나 마트의 건기식 코너 등 선택의 폭은 너무 제한돼 있었다"며 "'헬스케어'의 관점에서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약물 오남용을 조장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과장된 말"이라며 "오늘날 소비자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약을 판단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창고형 약국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다이소 등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을 판매하는 등 유통채널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각종 정보와 선택권에 대한 요구가 크다"면서도 "약이 건강과 직결된 만큼 충분한 복약지도 등은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