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금리·고물가로 최근 4년간 공사비가 급등하는 등 건설업 전반 침체 우려가 커지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건설 계약·입찰 제도 합리화 등 제도개선 과제를 선정해 정부에 건의했다.
한경협은 지난 8일 건설업 활력 회복·경기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 규제개선과제 20건을 선정해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고 9일 밝혔다. △건설 현장 안전·환경 규제 합리화 △건설 계약·입찰 제도 합리화 △건설 생산성 향상·지원 강화 등 4개 분야에서 20건을 선정했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산 편성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무화한다. 1999년 제도가 도입됐다. 한경협은 26년간 명목 GDP가 약 4.2배 증가했지만, 예타 기준이 규모 확대를 반영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예타 대상 사업이 과도하게 늘어 심사 자원이 분산됐고 중요한 대형·중장기 인프라 사업 추진이 지연돼 적기 투자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반복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기간도 평균 17.6개월로, 운용 지침상 기한(9개월)의 약 2배 가까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경직적인 예타 기준과 과도한 심사 기간이 인프라 투자 시기를 놓치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 국가 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상향, 간소화한 신속 예타 제도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한경협은 인허가 장벽에 도심 재정비사업도 지연되고 있어 공급 절벽이 현실화했다고 주장했다. 재정비사업은 현재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착공·준공까지 평균 10~15년 소요되는데 용적률 제한, 녹지 확보 기준 등 규제가 사업성을 저해한다고 했다.
한경협은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동시 처리 등 절차 간소화 △용적률·건축물 높이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확보 등 재정비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비숙련 외국인력(E-9) 제도가 운용되나 현장 간 이동 제한 등으로 운용 유연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현 제도상 동일 사업주 내 공사 현장 간 이동조차 제한적 사유만 허용되고 고용지원센터 승인을 받도록 한 점을 꼽았다.
현장에서는 독자적 판단·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노무만 비숙련 외국인력 이동을 허용하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숙련 기능공 보조 업무까지 비숙련 외국인력 이동을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주 장기계속공사는 총공사금액을 입찰하지만, 계약이 연간 단위로 매년 확보되는 예산 범위 안에서 차례로 계약을 진행한다. 연차별 차수 계약 종료 뒤 다음 계약 체결 시점까지 휴지 기간이 발생한다.
한경협은 휴지기에 발생하는 간접비(추가 인건비·장비비 등)를 보전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시공사가 손실을 떠안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간접비를 합리적으로 보전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건설업은 생산·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대표적인 경기 견인 산업"이라며 "건설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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