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없는 설움'…비지주 전업 보험사, 기본자본 확충 '골머리'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7.08 11:20 / 수정: 2025.07.08 16:52
금융당국 기본자본 K-ICS 도입 추진…유상증자 필요성 확대
대주주 증자 여력 無…영업만으로 자본 확충도 어려워
영업력 확보와 유상증자와 같은 자본 확충이 어려운 가운데, 보험사들이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영업력 확보와 유상증자와 같은 자본 확충이 어려운 가운데, 보험사들이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하반기 중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익잉여금을 늘리거나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영업 확대는 업황 부진으로 어렵고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경우 유상증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인수한 보험사들의 경우 추가 자금 집행 여력이 부족해 사실상 보험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중도상환, 인허가 등에 적용되는 K-ICS비율 권고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고, '기본자본 K-ICS 규제'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자본 K-ICS를 산정할 때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보완자본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등을 활용한다. 해외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80%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지금까지 K-ICS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완성 자본을 적극 활용했다는데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잔액은 22조7000억원으로 전년(16조6000억원)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자본성증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K-ICS비율은 충족했지만, 손실흡수력이 부족한 보완자본의 증가로 자본비율이 상승함에 따라 '자본의 질'은 저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기본자본만 따졌을 때도 보험사들의 자본 여력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기본자본 K-ICS가 50% 이하인 곳은 현대해상(46.7%), 하나손해보험(38.3%), 푸본현대생명(36.6%), IM라이프(12.1%), 롯데손해보험(-15.6%), MG손해보험(-18.2%) 등이다.

기본자본을 높이려면 본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배당을 축소해 이익잉여금을 높이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투입받는 방법이 있다.

다만 국내 보험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만큼, 엉업을 통한 자본 확충은 어렵다. 대다수의 보험사들은 현재 배당도 중단한 상태다.

사실상 유상증자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모회사가 없는 보험사들의 경우 대주주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지주사는 그룹 내 은행·카드·증권 등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현금흐름과 자본력이 강력하기에 보험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자금 지원이 상대적으로 쉽다.

또 지주사 차원에서 그룹 전반의 건전성 관리(내부자본적정성평가 ICAAP)와 시장신용등급 유지를 위해서라도 보험사에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진행할 유인이 크다.

반면, 개인 대주주를 둔 보험사의 경우 증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해상으로,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지분 22%를 가진 대주주다.

개인대주주 체제에서는 유상증자를 할 때 최대주주가 지분율 유지를 위해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사재출연을 해야 하기에 지주체제 대비 대규모 자금 투입이 어렵다. 대주주가 증자에 참여 못하면 지분이 희석돼 지분율이 낮아지고, 지배력이 약화되기에 유상증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보험사들의 경우도 유상증자를 기대하기 힘들다. 투자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경우가 많아 추가 자금 투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투자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집합투자기구이기 때문에 투자 후 일정기간 내에 매각이나 상장 등으로 엑시트해야 한다"면서 "추가 유상증자는 사실상 자본 투입에 따른 수익률 저하가 나타나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푸본현대생명, IM라이프, MG손보 등 기본자본 K-ICS비율이 부실한 보험사들은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G손보의 경우 가교보험사 설립 이후 재매각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매물로 나와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실한 보험사를 인수하면 사실상 인수한 곳에서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면서 "우리금융지주처럼 종합금융사 완성 등의 목적으로 꼭 보험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부실 보험사를 인수할 인수자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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