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LG전자가 AI 시대를 맞아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시장보다 두 배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한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냉각 솔루션 강화와 초대형 냉방기 확장, 비하드웨어(Non-HW) 사업 확대 등을 통해 B2B 중심의 질적 성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S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과 AI 데이터센터 특화 HVAC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성 ES사업본부장(부사장), 오세기 ES연구소장(부사장), 배정현 SAC사업부장(전무) 등이 참석했다.
이 부사장은 "HVAC은 질적 성장을 위한 B2B 영역의 핵심 동력으로 냉난방공조 사업 가속화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코어테크 기술과 위닝 R&D 전략으로 액체냉각 솔루션을 연내 상용화하고, 내년부터 본격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만들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 CDU(Coolant Distribution Unit)를 주력으로 앞세운다. 액체냉각 솔루션은 칩을 직접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평택 칠러 공장 내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를 마련, 관련 솔루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와 함께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이다.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사업도 확장에 나선다. 칠러는 대형 건물의 냉난방용에서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하는 AI 분야를 비롯해 클린룸, 발전소, 스마트팜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LG전자는 향후 2년 내 칠러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버터 스크롤 칠러는 미국 배터리공장과 국내 화학플랜트 등에 공급되며 지난 5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다.
환경규제 대응도 강화한다. LG전자는 기존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0% 수준인 R32 냉매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친환경 냉매 전환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ES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돼 출범한 독립 사업본부로, LG전자는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 중심의 하드웨어 외에도, 건물 관리 솔루션, 유지보수 등 Non-HW 사업 비중도 확대된다. 현재 ES사업본부 매출에서 약 10% 수준인 Non-HW 매출은 향후 2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지역 맞춤형 밸류체인도 확대한다. 북미, 유럽에서 현지 기후·주거 환경을 고려한 고효율 HVAC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덕트형 공조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북미에선 주택 구조에 적합한 유니터리 제품군을,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합한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주력으로 공급한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전기화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도 현지 맞춤형 전략과 밸류체인을 강화해 '로컬 챔피언'으로 등극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의 냉난방 시스템을 직접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터보 칠러, 지역난방의 폐열을 활용하는 흡수식 칠러, 심야전력을 이용해 물을 얼리는 데 사용하는 스크류 칠러가 한 기계실에 설치돼 물을 차갑게 만든다. 차가워진 물은 배관을 통해 공기조화기로 전달되며, 이 곳에서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 각 층으로 내보내 LG사이언스파크 전체를 냉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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