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이 조직개편과 더불어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강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등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성해 부서간 협업을 강화하고, PLCC를 통한 충성고객을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결제 시스템 선점을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유사하거나 중복 기능을 가진 부처를 통합하는 조직개편도 단행, 4그룹 20본부 81팀 체계에서 4그룹 20본부 58부 체계로 재정비했다.
팀별 핵심 기능을 부(部)를 중심으로 통폐합해 업무 효율화를 높이고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해 조직내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카드는 디지털 지급결제 시장에 대응해 페이먼트 기술을 개발하는 '페이먼트 R&D팀'과 영업 전략을 총괄하는 '영업기획팀'을 '영업기획부'로 통합했으며, '고객마케팅팀'과 '미래고객팀'을 '고객마케팅부'로 통합해 마케팅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 운영 중인 상품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도록 '상품R&D팀'과 '체크선불팀'을 '상품R&D부'로 통합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존에는 작은 팀들이 많은 '소팀제' 스타일이었는데 이런 형태 조직은 담당분야에 깊이 이해하고 일하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다른 팀과 협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면서 "대부제로 개편하면서 유관 부서 간 통합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더불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최근 신한카드는 카카오뱅크, GS리테일 등과 함께 PLCC카드 론칭하고, LG전자와는 구독카드를 선보이며 가입자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3종의 카드는 일주일 이내에 집중해 출시했다.
PLCC는 카드사가 자체 브랜드로 발급하는 카드가 아니라, 대형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파트너사 로열티 프로그램과 강력히 결합된 카드다.
카드사는 PLCC 발급·운영을 통해 제휴사(파트너)로부터 마케팅 비용·운영 수수료를 받는다. 즉, 전통 카드수익(가맹점 수수료, 카드론 등) 외 제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 카드 이용실적이 올라갈수록 제휴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특정 브랜드 할인이 극대화된 구조라 충성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현재는 지연되고 있지만 애플페이 도입도 올해 안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시각이다. 시제 지난달 3일,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약관 심사가 금융감독원에서 승인됐다.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도 마련했다. 특허정보를 제공하는 키프리스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8개를 출원했다. 해당 상표들은 스테이블코인 활용 금융거래업과 중개업, 발행과 회수업 등으로 분류됐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특정 자산(법정화폐)에 연동되도록 설계돤 가상자산으로, 가격변동성이 낮고, 결제 속도가 빠르며 수수료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통화 공급과 지급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신한카드의 개혁 드라이브는 박창훈 사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순이익 5721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카드(6656억원)에 순익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신용판매 점유율의 경우 신한카드는 18.50%, 삼성카드는 18.04%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취임하자마자 신한카드의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도 그는 "인구 감소와 시장 성장률 정체 속에서 디지털로 무장하고 있는 테크 기업 등 경쟁사들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면서 "'변화는 향후를 위한 생존 비용(Cost)'이기에 우리는 이 시기에 다시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한카드가 견고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에는 삼성카드, 현대카드와 같은 경쟁사들의 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각종 지표에서 1위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나타났다"면서 "박 사장이 취임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개편과 더불어 수익성 강화를 통해 1위를 탈환하고 성과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신한카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기에 미리 상표권을 선점해놓겠다는 의도"라며 "제도화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본 후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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