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백화점 3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추천은 물론, 내부 업무 효율화와 현장 체험 개선까지 아우르며 유통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AI를 리테일 전반에 접목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백화점 3사 모두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전략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활용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AI 기반 고객 분석 시스템 'S-마인드(S-Mind)'를 도입한 이후, 이를 고도화한 'S-마인드 4.0'을 최근 개발 중이다. 기존에는 성별, 연령, 주거래 점포, 과거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해 고객을 그룹화하고 추천했다면 이제는 라운지·발렛 서비스 이용 이력, 앱 커뮤니티 활동 등 생활패턴까지 정밀 분석해 더욱 세분화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 고객에게는 유아 동반 라운지 이용 기록과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어린이 반찬 구독 서비스 같은 실질적인 생활 밀착형 혜택을 추천하는 식이다. 할인 쿠폰 제공부터 상품 추천, 교환·환불 안내까지 쇼핑 전반을 관리하는 'AI 퍼스널 쇼퍼' 구축이 목표다.
롯데백화점은 AI 기술을 실질적인 업무 혁신의 도구로 삼고 있다. 최근 도입한 생성형 AI 기반 고객 분석 시스템 'BI 에이전트'는 대화형 AI를 활용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고객 분석에 소요되던 시간이 최대 70% 단축됐으며 복합 분석 건수도 운영 한달 만에 10% 이상 증가하는 등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기존 고객 정보 외에도 상권, 날씨, 유동인구 등 외부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면서 개인화 마케팅, 브랜드 발굴,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사내에서도 AI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무 매뉴얼을 유형화해 AI 챗봇에 적용하고 협업 툴에는 챗GPT를 도입하는 한편, 비주얼 콘텐츠 제작에도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롯데유통군 HQ 산하의 '라일락 센터'를 중심으로 스마트 프라이싱 시스템 구축 등 유통 특화형 AI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쇼핑 공간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AI 쇼핑 어시스턴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개발한 '헤이디(HEYDI)'는 고객의 쇼핑·외식·문화 체험 목적에 따라 점포 내 브랜드, 레스토랑, 이벤트, 전시 등을 큐레이션해주는 AI 서비스다.
채팅형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 가격대, 동행자 상황 등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점포 내 최적의 매장과 콘텐츠를 제안한다. 현재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동대문 아울렛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이르면 연내 내국인 대상 서비스도 확대 예정이다. 헤이디에는 현대백화점 전국 점포의 브랜드, 레스토랑, 팝업스토어, 전시 콘텐츠 등의 실시간 정보가 연동돼 있어 고객 맞춤형 동선 설계와 경험 제공이 가능하다.
아울러 신입사원과 직무 변경자들을 위한 AI 멘토링 시스템, 개인별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AI를 전사적 역량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제품이나 가격 경쟁보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활용되는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