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중국계 여행 플랫폼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립닷컴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도 여행 전문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진입을 본격화하자 토종 온라인 여행사(OTA)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OTA 트립닷컴이 국내 시장에서 앱 다운로드 수와 항공권 발권 실적 등 경쟁사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트립닷컴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고객 수는 34만명이다. 경쟁사 여기어때(28만명), 아고다(25만명), 야놀자(22만명)을 제치고 신규 앱 설치 수 1위에 올랐다. 앱 월간 이용자 수(MAU) 기준으로도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 OTA와 함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항공권 발권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국내 13위에서 지난해 말 4위까지 올라섰다.
트립닷컴 성장세의 배경으로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이 꼽힌다. TV,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에서 광고 노출 빈도가 압도적이다. 특히 가격 경쟁에 민감한 항공·숙박 시장의 특성상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이 소비자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트립닷컴의 지난해 연간 광고·마케팅 비용은 국내 대표 OTA의 연매출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트립닷컴은 지난해 글로벌 광고·마케팅에만 약 70억위안(한화 약 1조32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13% 수준으로, 국내 최대 OTA인 야놀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9245억원, 하나투어 6166억원를 웃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트립닷컴 그룹은 본래 사명이었던 시트립(Ctrip)을 지난 2019년 트립닷컴으로 바꿔 중국 색채를 지웠다.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해외 플랫폼이라는 이질감을 낮추기 위해 시도하는 모양새다.
알리바바도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최근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글로벌 여행 플랫폼 플리기(Fliggy)와 연동한 '알리익스프레스 트래블'을 선보였다. 글로벌 호텔, 항공편, 관광지 티켓 등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한국어 고객센터 운영 등 현지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OTA들의 확장은 관광 생태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립닷컴은 국내 지방자치단체, 공항공사, 관광공사 등과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동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서울시와 관광 콘텐츠 개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이 추진되면서 공공 제휴 기반 마케팅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이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항공·숙박 시장까지 공략하면서 국내 OTA 입장에서는 대응 전략 수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OTA들이 가격 외 요소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 차원의 규제 등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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