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태국 진출 길 열었다… K인뱅 글로벌 성장 동력 발굴 '총력'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6.25 11:13 / 수정: 2025.06.25 11:13
카카오뱅크, 태국 가상은행 영업 인가
내수 포화에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통해 미래 먹거리 선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더팩트 DB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태국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하면서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의 태국 시장에 재진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 인터넷은행 역시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은 뒤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통해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태국 금융지주 SCBX가 주도하고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최종 사업자로 지난 19일 선정했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은 은행으로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사업체다. 가상은행 법인은 올해 3분기에 설립되며 내년 하반기 중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가상은행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며 SCBX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동남아 최대 플랫폼 '그랩(Grab)'과의 협력을 통해서다. 그랩은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주요주주로, 카카오뱅크는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슈퍼뱅크에 지분 10%(1000억 원)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슈퍼뱅크는 3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슈퍼뱅크와 금융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카카오뱅크 아이디어가 담긴 신규 상품을 곧 인도네시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적극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시기, 국가, 진출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미 진출한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과 새로운 국가로의 진출 두 가지 방향성 모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고 대한민국 금융의 기술력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25년 만에 태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태국 현지에는 한국계 은행 진출이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사는 1990년대 태국에 거점을 다수 확보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 모두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2023년 6월 15일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가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2023년 6월 15일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가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타 인터넷은행들도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은 뒤 아직 인터넷 뱅킹이 활발하지 않은 동남아 시장 진출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등 은행권의 온라인 및 모바일 경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해외 시장은 미래 먹거리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토스뱅크는 앞으로 3~5년 내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과 더불어 선진국 시장도 대상으로 보고 있다. 현지 규제 환경과 고객 특성을 분석해 해외에서도 의미 있는 금융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다.

지난달엔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와 경영진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현지 금융사들과 만났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3~5년 내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처음에는 지분 투자나 합작 법인(JV·조인트 벤처) 설립, 혹은 토스뱅크의 시스템을 제3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형 뱅킹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신흥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선진국은 금융 시스템은 갖춰져 있으나 고객 경험은 여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았다"며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해외 은행들이 먼저 헙업을 제안하고 있고, 구체적인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현재 해외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KT와 함께 몽골 MCS그룹에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 관련 경영 자문을 전수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혁신적인 모바일 뱅킹 서비스로 성장한 만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의 인터넷은행이라는 특수성이 태국 당국이 추구하는 디지털, 포용 금융과 부합됐다고 보인다. 다른 인터넷은행들의 해외 진출에도 이 같은 강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국가마다 시장 여건과 규제가 다른 만큼 국내 인터넷은행이 글로벌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내은행의 동남아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동남아 주요국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총자산 2102억달러(2023년 말 기준) 중에 가장 큰 규모인 555억달러(26.4%)가 동남아시아에 집중됐다.

다만 최근 들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한 나라에서 부실채권(NPL)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베트남 현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21년 이전까지 2% 미만이었으나 2022년 말 이후 급격하게 상승해 작년 상반기 5% 가까이에 근접했다. 캄보디아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22년 3%를 넘긴 후 작년 상반기 6.3%까지 상승했으며 부실대출 규모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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