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카트만두(네팔)=박은평 기자] "네팔의 농업 현실을 마주하니 하고 싶은 게 많다. 우리 기술을 적용한 첫 사업인 쌀과 감자 생산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길 바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정미혜 코피아(KOPIA) 센터 소장은 센터를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네팔 코피아센터는 지난달 개소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농촌진흥청은 개발도상국에 센터를 설치하고 농업기술전문가를 소장으로 파견, 해당 국가의 소득증진을 위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하고 있다. 2009년 시작해 아시아 6개국, 아프리카 9개국, 중남미 5개국 등 22개 나라 센터를 설립할 정도로 성장해 한국의 대표적 농업 ODA(공정개발원조) 사업으로 꼽힌다.
네팔은 전체인구의 67%가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은 네팔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 총생산(GDP) 중 농업의 비중은 24%에 그친다.
네팔은 2020년 기준 총 147만㏊의 땅에서 562만톤의 쌀 수확하지만, 쌀이 부족해 인도에서 140만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주식인 감자도 매년 인도와 중국에서 1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식량 자급과 식량안보 확보는 네팔 농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네팔 코피아센터는 현지 기후와 조건에 맞는 종자 개발과 인력 교육, 기술 보급을 통한 자립 기반 마련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정 소장은 "네팔엔 다양한 국제기가구 들어와 있지만 중복되거나 끊기는 사업이 많다"며 "사업들을 조직화해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2027년까지 총 30만달러를 투입, 네팔 기후 적응성 벼 종자 생산기술 개발과 무병 씨감자 생산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배는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기반을 구축한다. 벼농가 규모, 주요 벼 품종, 재배 방법, 생산성 등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해 재배 면적과 품종, 수확량을 측정해 생산 모델을 개발한다.
또 네팔 맞춤형 우수 품종을 선발·등록하고 민간기업 및 농가 협동조합을 통한 종자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과학자, 기업 임원 등 현지 인력 해외 기술 교육과 농가, 기술자 등에 벼 생산기술도 교육한다.
감자도 기초 조사를 통해 고품질 감자 종자 생산에 나선다. 농가에 보급을 확대하고 기존 조직 배양 연구실과 종자 생산 시설도 강화할 방침이다. 생물실험실과 감자 저장시설도 건축할 예정이다.
네팔 센터에는 '씨감자 전문가' 조경래 박사도 힘을 보태고 있다. 조 박사는 파키스탄 코피아센터 소장 시절 무병 씨감자 생산단지 조성에 파키스탄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성공모델을 만든 주인공이다. 조 박사는 "앞으로 10년 안에 13만톤 규모의 종자 자급 체계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은 네팔이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개발, 농가실증, 시범마을 확산 등 총 3단계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센터는 벼와 감자 협력과제를 우선 추진한 뒤 네팔 농업연구청과 함께 단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 소장은 "안정적인 인력 지원을 통해 기존의 사업들을 보완하고 정부 기관에서의 한계는 민간 사업체와 협력하려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농가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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