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티몬 인수하는 오아시스, 득실은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6.24 11:05 / 수정: 2025.06.24 11:05
티몬 껴안은 오아시스의 실험
외형 확장에는 성공, 내실 방어는 숙제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하며 회원수 약 700만명 기반의 대형 이커머스로 재탄생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하며 회원수 약 700만명 기반의 대형 이커머스로 재탄생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회원수 200만명의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이 약 500만 회원을 보유한 1세대 오픈마켓 '티몬'을 품었다. 침몰 직전의 티몬 인수를 결정한 오아시스마켓의 이같은 행보에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700만 회원을 기반으로 한 외형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하면서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가 확정됐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대금은 181억원이다. 116억원을 투입해 티몬을 100% 신주인수 방식으로 인수하고 65억원은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채권 등 지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티몬을 인수하는 오아시스마켓은 2011년 유기농·친환경 식품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시작해 2018년 새벽배송에 뛰어든 '하이브리드형' 신선식품 배송 전문업체다. 온라인 주문 후 재고가 발생하면 전국 50여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진하는 방식으로 재고 손실을 최소화한다.

오아시스마켓은 이같이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판매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사업 방식 덕분에 설립 이래 1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5171억원, 영업이익은 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 72%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유통업계는 오아시스마켓이 국내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꾸준한 흑자를 내온 곳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컬리 등 대규모 적자를 감수한 경쟁사들과 달리 오아시스마켓은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우선시하며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큰 변화 없이 보수적인 전략을 취해왔던 오아시스마켓이 티몬 인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자 업계 이목도 쏠리는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이 티몬 인수로 얻는 가장 큰 것은 '외형 확장'이다. 오아시스 회원 수는 약 200만명,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 온 티몬의 활성 회원수는 400만~500만명으로 오아시스마켓의 2배가 넘는다. 오아시스 입장에서는 티몬 인수 이후 최대 700만명의 잠재적 회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오아시스마켓이 강점을 갖고 있는 물류 경쟁력에 티몬이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결합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인 '지어소프트'를 모기업으로 둔 오아시스는 효율적인 물류 솔루션으로 꾸준히 흑자를 내는 중이다. 여기에 티몬의 방대한 판매자·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자체적으로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리스크도 분명하다. 특히 티몬의 적자 구조와 플랫폼 재건에 들어갈 비용 등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EY한영 보고서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1526억원, 24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총부채는 1조19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인해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 문제도 남아 있다. 티몬이 안고 있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생채권 중 변제율은 고작 0.75%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의 기존 채무를 변제해야 할 법적 책임은 없지만 티몬에 입점했던 판매자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아예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마켓과 티몬의 데이터 및 물류 시스템 통합, 운영 효율 개선 등에도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물리적 결합보다는 티몬의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며 재건하는 방향을 계획 중"이라며 "임직원 급여와 회사 운영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회사의 시너지 창출도 과제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유통과 물류 중심의 사업 구조인 반면 티몬은 셀러들에게 판매의 장을 열어주는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이질적인 두 플랫폼을 어떻게 결합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이에 오아시스 측은 "물리적 통합이 아닌 별도 운영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이 티몬 인수로 외형은 커질 전망이나 재무 부담, 시스템 통합,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도 함게 안게 됐다"며 "이 과제들을 앞으로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