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DSR 3단계 시행을 앞둔 '막차 수요'까지 겹치며 은행권 가계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은행권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748조812억원) 대비 3조9937억원 늘어났다.이는 하루 평균 약 2102억원 씩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일평균 증가액이 가장 크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달 말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5대은행 가계 대출 증가 폭은 4조9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이 6억3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이 이끌고 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2조9855억원 증가했으며 신용대출도 1조882억원 늘었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비롯한 집값 상승세가 '한강 벨트(마포·성동·강동·광진·동작·성동·영등포)'와 경기 과천 등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3월 셋째 주 0.25% 상승 후 등락을 반복하다 6월 둘째 주 0.26%로 다시 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DSR 3단계로 저금리 대출을 미리 확보하려는 '막차 수요'가 겹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DSR은 차주(대출자)의 연간 총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 비율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차주가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규모가 늘어나고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은행권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가계부채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전날에는 한국은행 총재 초청 은행장 간담회도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은행연합회장 및 18개 사원은행장들이 참석해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지원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기조 속 주택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재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요 현안에 대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공감했다.
은행권에선 최근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7월 실행분)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자체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5일부터 7월 실행되는 대출모집인 주담대를 제한한다. 내달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대출 상담이 급증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방에서 실행되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는 정상 접수할 방침이다. 또 영업점,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대출, 8월 이후 실행되는 대출모집인 주담대, 집단대출은 계속 신청받으며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협은행도 이번 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였다.
반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7%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은 지난달 변동금리형과 주기형(5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월별, 분기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지켜야하는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했고 정책대출보다 은행재원이 더 많이 증가하는 등 영끌의 조짐이 보이고 있고, 한 곳에서 시작하면 다른 은행들도 풍선효과를 우려해 규제가 연이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규 주택매매 거래를 통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은행 모두가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주담대가 가격 상승과 가계 부채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한 번에 조정하고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