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재생에너지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캠페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글로벌 RE100 캠페인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는데 업계에서는 전력요금 부담 등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호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4사 중에서 RE100 캠페인을 처음 주창한 더클라이메이트그룹(The Climate Group)의 글로벌 RE100 회원으로 가입한 기업은 롯데케미칼이 유일하다.
RE100은 영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메이트 그룹(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위원회가 공동으로 2014년 시작한 민간 주도 운동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 선정 기업이나 각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대상이다. 캠페인에 가입하려는 기업들이 가입 신청을 하면 클라이메이트 그룹이 적격성을 검토해 가입을 승인한다. RE100 회원가입이 재생에너지 전환 취지에 공감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만큼 기업의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준다.
RE100 가입 및 이행은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자동차 사업의 수출액이 각각 40%, 31%,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RE100 산업단지 조성으로 수출기업의 기후통상 대응역량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난 4일 취임사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며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하여, 촘촘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석유화학 4사 중에는 롯데케미칼만 가입했다. 앞서 LG화학은 2020년 '2050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하며 향후 2050년까지 제품생산을 100% 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RE100에 가입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국가가 재생에너지 로드맵을 갖고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전기를 많이 쓰는 업장들은 RE100 가입이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기엔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석유화학산업 위기극복 긴급과제'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은 주요 생산비 중 전력비용이 약 3.2%에 달한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글로벌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지난해 10월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전력망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인프라 문제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장을 돌리는 사업체인데 조금이라도 불안전한 전력 수급을 하면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섣불리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것보단 보조를 맞춰가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우삼 한국RE100위원회 위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재생에너지가 공급량도 부족하고 가격이 비싼 만큼 여건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섬으로써 시장도 커지고 정책도 변화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그런 리더십을 못 보여주는 건 아쉬운 측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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