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 집값이 아래가 아닌 위로 솟구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까지 '한강벨트' 전역이 들썩인다. 속도도 상승폭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6월 3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 2018년 9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상승률은 갈수록 가팔라진다. 5월 2주차 0.10%에서 시작해 3주차 0.13%, 4주차 0.16%, 이달 들어선 0.19%, 0.26%, 0.36%까지 치솟았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가 0.76% 올라 1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마포구(0.66%), 용산구(0.61%)도 크게 올랐다. 강남(0.75%), 서초(0.65%), 송파(0.75%) 역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보여진다. 투자 가치와 안정적인 입지를 갖춘 이 지역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들끓는 서울 집값은 급기야 경매시장까지 달궜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6일 진행된 서울 아파트 경매 중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건만 24건에 달했다. 지난달까지 월평균 25건 남짓이던 흐름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용산 이촌동 강촌아파트(전용 84㎡)는 감정가보다 4억4600만원 높은 24억700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122.8%다.
이처럼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이 속출한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매매시장에서 매물 품귀와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경매시장에서도 불장이 형성되고 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얽히며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집값 상승 배경으로 '기대심리'를 짚었다. 금리는 하락하고, 공급은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며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번 움튼 기대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심리는 숫자보다 오래간다. 지금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은 말보다 실행에 반응한다.
정부는 전세대출과 정책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DSR은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 포함되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용 대출까지 조이겠다는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공급 확대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공급은 첫 단추다. 잘 끼우면 시장을 잠재울 수 있다. 반면 단추를 잘못 끼우면 수요 억제→풍선 효과→투기 심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책이 망설이면, 자금이 먼저 움직인다. 더 늦기 전에 '공급의 구체성'으로 첫 단추를 바로 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