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도백하=우지수 기자]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 꼭대기에 자리한 분화구호 '천지(天池)'는 애국가 1절 첫 구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물이다. 농심은 이 천지에서 스며든 지하수를 길어 생수로 만들었다. 이름은 '백산수'다.
지난 16일 <더팩트> 취재진은 가동 10주년을 맞은 농심 백산수 연변공장을 방문하고 백산수의 수원지 내두천을 들여다봤다.
이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공항에 도착한 취재진은 버스에 올라타고 두 시간 넘게 백두산 북쪽 기슭 소도시 이도백하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자 침엽수가 빽빽한 밀림 한복판에서 연변농심의 수원지 내두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원지 인근 곳곳에는 백두산 천지로부터 솟은 물줄기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수원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숲 속에 있었다. 이곳은 축사나 공장은 물론 농업조차 허가되지 않는 천연자연보호지대로 수원지 시설만 정부와 계약을 맺고 지어졌다. 안명식 대표는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물은 지하 암반을 45km 거쳐 매일 같은 온도(6.8~7℃)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얼지 않는 수원지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백두산 천지는 코카서스, 알프스와 함께 세계 3대 수원지로 평가받는다. 농심은 이도백하 수원지를 찾기까지 지난 2003년부터 국내 지리산, 울릉도는 물론 프랑스, 하와이 등 세계 각지를 두루 탐사했다. 수온, 수질, 미네랄 함량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끝에 2006년 백두산 원시림 보호구역 내 해발 670m 지점에 위치한 내두천을 최종 수원지로 낙점했다.
취재진은 공장으로 보내기 전 수원지에서 막 길어낸 백산수를 컵에 담아 시음해봤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서도 물은 차가운 상태로 나왔다.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았음에도 마시는 데 무리가 없었다. 농심의 수원지에 대한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원지에는 솟아오르는 백산수를 바로 채집할 수 있는 파이프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물 용출량이 특히 많은 곳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신선한 상태의 물을 공장까지 최대한 빨리 운반할 수 있는 구조였다. 파이프는 인체 삽입용 의료기기에 사용하는 SUS316L 스테인리스로 제작해 위생과 내구성을 챙겼다.
수원지에서 공장까지 이어진 배관은 약 3.3km. 이 배관을 통해 하루 최대 2만4000톤까지 물을 공장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시선을 끌었던 점은 배관 내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공이었다. 정해진 시간마다 물줄기와 함께 세척구가 수원지 파이프 안을 통과하며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 방식은 유럽 생수공장 일부를 제외하면 연변농심에만 적용돼 있는 시스템이라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수원지에서 정수 과정을 거친 백산수는 생산 공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난 2015년 지어진 백산수 신공장은 지난 10년간 백산수를 생산해온 농심의 생수 전초기지다.
백산수 공장은 병 제조부터 충진, 밀봉, 포장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 설비로 운영하고 있었다. 페트병은 작은 시험관처럼 생긴 '프리폼'이라는 플라스틱 병 원형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제작한다. 이렇게 성형된 병에 로봇이 백산수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생산 로봇이 용량별로 2L, 500mL, 330mL 페트병들을 분류한 뒤 기계팔이 쉼 없이 움직이며 제품을 포장했다.
공장 내부의 수질 검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백산수의 성분을 항목별로 실시간 분석하고 있었다. 연구실 벽면에는 국제 물맛 평가기관에서 받은 상패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3년 연속 최고등급’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는 매일 100가지 항목을 점검하고 있다"며 "국내 생수 공장 가운데 이 정도 설비를 갖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검사 항목은 물 성분뿐 아니라 용기의 내구성, 이물질 검출 여부, 세균 수치까지 폭넓게 이뤄졌다.
병입된 백산수 제품은 공장 인근 물류기지를 통해 철도 전용선으로 연결돼 중국 전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 해외로 출하된다. 생산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은 국제식품안전관리인증(HACCP)과 ISO22000 기준에 따라 관리된다.
농심은 백산수를 단순한 국내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생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안 대표는 "백두산의 청정 이미지를 바탕으로 K-생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의 물이 지하를 거쳐 도심으로, 또 해외로 뻗어나가듯 백산수의 다음 10년은 지금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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