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행정법원=이성락 기자]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해 법인세 부과가 적법한지 여부를 다루는 행정소송의 2번째 변론기일이 19일 열렸다. BRV 측은 국내에 사업장이 없어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날 오후 BRV로터스원, 파워엠파이어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국세청은 지난 2020년 통합세무조사를 실시해 BRV로터스(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투자 목적)가 홍콩(BRV로터스원)과 세이셸공화국(파워엠파이어)에 설립한 SPC에 법인세를 부과했다. 세금 규모는 법인이 국내에서 주식 등에 투자해 벌어들인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약 90억원이다.
BRV 측은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가 부당하다며 2022년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6월 이를 기각했고, 여기에도 불복한 BRV 측이 같은 해 9월 행정소송을 냈다.
이날 BRV 측은 국내 사업장이 없는 데다, 해당 SPC의 투자를 윤관 대표가 실질적이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을 재차 펼쳤다. 이와 함께 국내 고정 사업장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상단 투자 펀드가 아닌 가장 말단인 SPC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BRV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 앞서 주식 양도 대금이 다른 법인을 거쳐 흘러 들어가는 송금 내역 등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BRV로터스원과 파워엠파이어가 직접 투자를 결정할 수 없고, 단지 해외 법인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BRV 측 변호인단은 "다단계 투자 구조를 부인하고 SPC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면 선택적 과세"라고 밝혔다.
반면 강남세무서 측은 국내에 사업장이 있어 세법상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BRV 측이 그 실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지목된 국내 사업장은 서울 강남 언주로의 한 빌딩에 있는 BRV코리아 사무실이다. 이 빌딩은 윤관 대표의 장모 김영식 여사와 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BRV(미국)→BRV로터스(케이맨제도)→해외 SPC(홍콩·세이셸공화국)→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사업 활동 과정에서 윤관 대표의 BRV코리아가 국내 고정 사업장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 변론기일은 8월 28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BRV 측 주장에 대한 강남세무서 측의 구체적인 반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3차 변론기일을 통해 고정 사업장과 관련한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단은 "원고 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뒤 추후 법리적으로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관 대표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세무당국은 2016~2020년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다. 이에 윤관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이후 기각 결정이 나오자 소송전을 시작했다. 윤관 대표는 자신이 미국인이고,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1심은 원고(윤관 대표) 패소로 판결했다. 미국 국적인 윤관 대표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이며 이중 거주자라고 하더라도 국내에 항구적인 주거를 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인적·경제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를 미국이 아닌 국내로 봤다.
윤관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윤관 대표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아닌, 법무법인 남산으로 변호인단을 재편하는 강수를 던졌다. 추후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윤관 대표의 '택스노마드'(세금 유목민) 이미지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세 기간 외 국내 투자로 인한 이익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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