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 연안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을 폐지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발의됐다.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HD현대와 한화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계산을 벌일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과 하원에 존스법을 폐지하는 내용의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Open America's Waters Act)'이 각각 발의됐다. 상원에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의원이, 하원에는 공화당 소속 톰 매클리톡 의원이 발의했다.
존스법은 미국 연안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이다.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1920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었으나 미국 조선산업 역량을 약화하는 원인으로도 꼽혔다.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 기회 확대 전인 지난해 존스법 등 현지 사정을 고려해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사례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건조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언급하자, 필리조선소 인수는 선제적 투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한화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조선소를 둔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경영권 확보도 노리는 상황이다.
HD현대도 2005년부터 필리조선소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와 유지보수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협력이 불투명해졌다.
존스법이 폐지되면 현지 사업장 보유 이점이 퇴색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필리조선소에 이어 올해 오스탈 등 현지 사업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HD현대는 현지 사업장 확보보다는 현지 최대 방산 조선그룹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하고 있다.
HD현대가 한화 대비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지 사업장 보유가 향후 수주와 건조, 인도 등 전반적인 사업 유불리를 따지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지 사업장 보유만으로 접점을 늘릴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존스법 폐지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기조 자체가 자국 투자를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혀서다. 단순히 동맹국에서 만든 선박을 구매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산업 재건을 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존스법 폐지로 국내 조선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기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게 되면 HD현대와 한화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업체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HD현대와 한화의 미국 시장 약진 자체가 이미 지역 중소업체에 힘이 되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15일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부산경남 지역 조선소 및 정비설비 전문업체 15개 사와 함정 MRO(유지·보수·사업) 클러스터 협의체 착수 회의를 열고 함정 정비 산업 기반 구축 및 지역 동반 성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국내 업체 최초로 미국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한 한화오션은 향후 확대될 함정 MRO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중소업체와 협력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협력을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사업장이 있는 울산 중소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공급망을 안정화시킨 상태다. HD현대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중소 협력사 설비 교체와 유지·보수 활동을 돕는 등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와 한화 성장이 지역 사회도 힘이 된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존스법으로 미국 자체적으로 조선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다. 다만 회귀를 하든 안 하든 양국 협력 필요성은 같기에 한화는 한화대로, HD현대는 HD현대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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