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뽑아야 살아남는다"…국내 기업들, AI 인재 확보 안간힘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06.18 11:20 / 수정: 2025.06.18 11:20
AI 인재 확보 발로 뛰는 기업들
상의 SGI "인재 유출 심각한 수준"
김재철 LG전자 CTO부문 인공지능연구소 상무가 최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CVPR 현장에서 LGE AI 나이트를 열고 회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김재철 LG전자 CTO부문 인공지능연구소 상무가 최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CVPR 현장에서 'LGE AI 나이트'를 열고 회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인공지능(AI)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AI 인재 확보가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필수 요건이라는 판단 아래,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수년째 AI 인재 영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AI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최근 AI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해 세계 최대 AI 학회를 찾아 발로 뛰었다.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현장에서 'LGE AI 나이트' 등 인재 채용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인공지능 전환(AX) 전문 기업 LG CNS는 올해 연말까지 채용·육성 투 트랙 전략으로 AI 전문 인력을 총 1000명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상반기에는 AI 분야 11개 직무에 걸쳐 경력직 채용을 실시했다. 회사는 AI 인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자격증 취득 등의 기회도 제공한다.

LG는 인재 초청 행사 'LG 테크 콘퍼런스'를 통해서도 국내외 인재들과 만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행사에 참석해 영입전에 뛰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달 말 개최 예정인 '북미 테크 콘퍼런스'는 미국 뉴저지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는 전국 유수 대학과 손잡고 채용 계약 학과를 운영하며 국내 AI 인재 확보에 노력을 쏟고 있다.

경영진의 발언만 보더라도 AI 인재에 대한 LG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CEO는 "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 100만달러를 줄 수 있고, (CEO인) 나보다 연봉을 더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재가 곧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경영 철학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삼성도 꾸준히 AI 인재 확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채용을 실시하고, 다양한 기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외부 전문가 영입도 병행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해 열린 SK 글로벌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해 열린 'SK 글로벌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도 AI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에는 곽노정 사장 등 SK하이닉스 경영진이 AI 인재를 찾아 미국 실리콘밸리에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경영진들은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SK 글로벌 포럼'에 인재들을 초청, AI 시대에 대응하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했다. 'SK 글로벌 포럼'은 미국 내 인재들을 초청해 회사의 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최신 기술과 글로벌 시장 동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회사는 이를 현지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AI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과 별개로, 'AI 강국'을 현실화하기 위한 인적 자원의 여건은 좋지 않아 보인다. 기업별로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실제로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00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56%가 핵심 기술 인재 확보 및 유지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AI 인재 유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전날 공개한 '한국의 고급 인력 해외 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AI 인재 순유출은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 최하위 수준이다.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 주요 선진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AI를 비롯한 주요 기술 전문 인력의 유출은 실적 중심의 평가 체계, 부족한 연구 인프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인재 유출이 심화되며 기업은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R&D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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