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금리 동결을 택했고 미국과 중국도 잇따라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신중한 관망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은행 역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하 없이 숨고르기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반등 등도 금리인하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하루 사이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오전 10시 18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375.03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8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4%(3.22달러)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4.8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3%(3.07달러) 올랐다.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일본은 금리 동결을 택했고 미국과 중국도 잇따라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고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7일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 정도'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현지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이 전했다. 9명 정책위원의 만장일치였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를 동결은 3회 연속이다.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FOMC 회의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19일 새벽에 발표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정책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9.8%에 달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로 한국(2.5%)보다 최대 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국 역시 이달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 우대금리(LPR)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해 LPR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오는 7월 기준금리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5월29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은 모두 기준금리 인하(2.75%→2.50%)를 지지했다.
다만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추가 금리인하 여부는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전개 양상,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가계부채와 환율 여건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불안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위험을 점검하며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원도 "성장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현 상황에 비해 금리 인하 속도가 다소 느린 면이 있지만,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불안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위험을 점검하며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폭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위원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추가 금리인하 여부는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전개 양상,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가계부채와 환율 여건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과도하게 내릴 경우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제75회 창립기념식 기념사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인하 폭과 시점은 거시경제와 금융지표 흐름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한은이 일단 7월엔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와 집값 및 가계부채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새 정부의 재정 기조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8월이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언급된다. 한은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로 0%대를 제시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포워드가이던스에서 3개월내 금리 인하를 언급한 금통위원은 4명이었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1.5%)의 절반 수준인 0.8%로 제시하고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낮췄다. 최근 30년간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진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등 세 번뿐이다.
8월 추가 인하 후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안예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추가 인하 후 연내 동결을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가계부채를 여전히 거론하는 등 금리 인하로 인해 자산시장으로의 유동성 투입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라며 인하 사이클 최종 금리 수준은 2%지만, 올해 기준금리는 2.25%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예상하기도 한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1.6%까지 회복되더라도 잠재 성장률 2.0%보다 낮기 때문에 내년에도 경기 부양 필요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언급했고 2월보다 기준금리 전망 경로가 낮아졌다고 했다"며 올해 2.0%까지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