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인 건설산업 업종이 미래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부실공사·안전사고·부정부패 등 부정적 이미지로 청년층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데다, 다른 산업에 비해 근무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건설현장 사고사망자 비율은 전 업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현대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형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청년층이 외면한 자리는 50대 이상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로 메워지고 있다. 정부는 건설산업 인식 개선을 위해 10대 과제를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청년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18일 대한건축학회가 발행한 'Z세대의 건설산업 이미지 수준 분석·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건설 분야 진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라밸이 거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고등학생 진로 선택 조사 결과, 절반이 '건설 분야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건설 관련 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대학생도 '취업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36%), '다른 분야 취업이 되지 않으면 건설 분야로 갈 수도 있다'(24%) 등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Z세대의 건설업 취업자 수는 극히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Z세대 취업자는 379만2000명으로, 이 중 건설산업 취업자는 4% 수준인 22만8000명에 그쳤다. 보고서는 "Z세대는 진로에 있어 건설산업을 외면하고 있고,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사고·비리·4D업종 등을 지목했다. 이는 최근 발생한 산업 내 사고와 과거부터 누적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2023년 90명에서 2024년 98명, 2025년 1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0.43퍼밀리어드로, 광업(1.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산업 평균인 0.10퍼밀리어드보다 약 4.4배 높은 수준이다.
청년이 외면한 건설현장에는 인력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51.8세로 집계됐다. 건설업 진입 연령도 2020년 36.6세에서 지난해 39.4세까지 올라갔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전체 근로자의 14.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앞서 대한건축학회 보고서는 "현재 상황에서 전체 청년층의 일정 비율을 건설산업으로 유입시키지 못할 경우, 기술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등 부정적 파급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Z세대 인식 전환을 위해 체험에 방점을 둔 인프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산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화된 시설 구축,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인식 개선 칼 빼든 정부…3대 목표·10대 과제 마련
산업 근간이 흔들리자, 정부·학계·업계가 한데 모여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2일 '2025년 건설동행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건설동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건설 분야 협회·학회·전문가들이 모여 출범시킨 민간 주도 산·학·연·관 협의체다.
로드맵 비전은 '신뢰를 짓는 건설산업, 미래를 잇는 가치성장'이다. 3대 목표 아래 10대 과제를 담았다. 먼저 청년층 유입을 위한 소통 전략을 강화한다. 혁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 인재 참여를 유도한다. 스마트 건설 챌린지 기술 시연, 건축·도시 시뮬레이션 게임 개최 등을 통해 관심도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청년 건설인력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술·기능 전수와 경력개발 경로 설계를 위한 멘토링을 지원한다. 예비 건설인 교육을 위해서는 건설동행위원회와 교육기관이 협업해 고등학생은 진로 탐색 중심, 대학생은 실무 연계형 기술 체험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안전문화 확산도 꾀한다. 건설기업 최고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자기 규율 강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관리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은퇴한 건설기술인 등 경험 많은 인력을 활용해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재능기부형 자문단 '건설 주치의'를 운영한다. 건설 근로자 복지 수준도 끌어올린다. 일례로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워라밸 우수사례를 발굴·포상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를 확산한다.
한승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번 로드맵이 스마트 기술 기반의 혁신과 함께 청년·여성이 일하고 싶은 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 로드맵 관련, 청년층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건설 챌린지와 체험 프로그램 같은 접근 방식으로는 청년 유입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전에도 반복해 온 방식"이라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청년 건설인의 성공 모델 발굴,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