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장에선 이를 둔 찬반론 시각차가 뚜렷하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무분별하게 발행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 약화와 금융안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기자본금 5억원 이상인 국내 법인에 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당초 논의되던 50억원보다 기준이 완화되면서 비은행권 핀테크 기업과 가상자산 스타트업들도 발행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서기 위해 조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속도전'에 돌입해야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당시 공약집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비트코인 기반 현물 ETF 발행, 가상자산 2단계 법 제정도 명시돼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금 등의 기초 자산과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이다. 달러 기반의 테더(USDT)나 서클(USDC) 등은 이미 가상자산 투자와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임금 등에 활용되고 있다. USDT와 USDC의 시가총액은 각각 200조원, 8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자본금 요건 완화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5억원 수준의 자본금으로는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워 부실한 발행 주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둔 금융·통화당국 간의 입장차도 뚜렷하다.
금융당국은 안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면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있고 국내외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은행권이든 비은행권이든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선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비은행권일 경우 통화정책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제로 한은 규제 기관이 아닌 비은행이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며 "화폐는 가격 변동 없이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규제 대상이 아닌 기관이 대체제를 가지면 부도 등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을 예고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을 통해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다"며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이달 말 은행장들을 만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논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권에선 속도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스테이블 코인이 직접적인 수익 사업이 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정책적으로 제도화가 현재 정부부처간 협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해야할 사안이며, 정부부처나 당국뿐만 아니라 은행과 금융권도 참여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진행 여부 못지않게 진행 방식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원화 가치와 연동되는 방식인 만큼 안정성을 중심으로 진행돼야한다는 의견이 있으며, 법제화 이후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등 컴플라이언스 대비를 하면서 진행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면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단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