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경기 상황 매우 엄중…새정부 구조개혁·사회갈등 조정해야"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6.12 10:17 / 수정: 2025.06.12 10:17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경기 부양 한계 지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경기 상황을 "매우 엄중하다"고 평가하며 경기 부양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 대해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예상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를 제외하고 30년 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3개월 만에 전망치를 0.7%포인트 낮춘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장기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한계를 짚고,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하지만, 경기 변동에 강건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경기 부양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크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 등 불확실성이 높아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에 대해서는 구조개혁 우선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이해 관계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충분한 조율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좌초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 정책을 추진하길 당부했다.

그는 또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며 "유럽의 경우 성장 정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유럽이 구조개혁 진전이 더딘 것은 국가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구조개혁과 함께 미래 도전 과제로는 디지털 혁신과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그 일환으로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미래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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