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보내는 증권가, 신용융자 경쟁 가속…'빚투' 리스크 떠안나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6.09 11:07 / 수정: 2025.06.09 11:07
3%대 초저금리 신용융자 등장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가파른 증가세
빚투·단타 조장해 투자자 위험도 높인다는 지적도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예원 기자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예원 기자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새 정부 출범 후 증시가 급등하는 '허니문 랠리'를 맞이하면서 단기적으로 신용융자율을 인하하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투' 경쟁을 부추겨 투자자들의 투자 위험도만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1일부터 연 3.49%의 금리로 신용융자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또는 휴면 고객이 대상이며 신청자에 한해 오는 8월 31일까지 3%대 금리로 신용융자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달 12일부터 연 3.7% 금리로 투자금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역시 신규나 휴면 고객이 대상이며 기간은 오는 9월 9일까지 한정적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최저 연 5%대에서 최고 9%대임을 고려하면 3%대 금리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신용융자를 받은 직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신용융자를 인하해 주는 이벤트를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지난 4월 21일 메리츠증권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일주일 구간 기존 6.55%에서 5.90%로 낮췄고, NH투자증권도 같은달 14일 신용융자 진행 후 60일 동안 금리를 0.1% 낮추는 이벤트에 동참했다.

이밖에 키움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올해 3월부터 기간별 신용융자 금리를 최대 0.2%가량 낮추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용융자 이벤트는 증권사의 경우 고객 유치와 거래량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높이고, 투자자들도 매수 시 투자 원금을 늘린다면 차익실현 시 더 큰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신용융자를 받아 매수한 투자자가 매도 시점에 손실이 났다면 대출 이자까지 갚아야 하기 때문에 빚투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 개인의 투자에 대한 책임이 없고 투자자의 수익이나 손실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챙겼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인하 경쟁은 투자자들의 빚투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진행하는 이벤트는 한시적이기 때문에 2~3개월밖에 되지 않는 기간이 끝나면 다시 고금리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 사이 매도를 하지 못하면 대출 이자가 늘어 결국 '단타' 유도에 그치고,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한 투자자들은 빚더미에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도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에 휘발성 신용융자 인하 경쟁을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조원을 넘어가자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들이 테마주 열기에 편승해 빚투를 부추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은 2차전지 테마로 증시에 열풍이 불었을 때다.

실제로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주 대비 3504억원 늘어난 18조514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지난달 30일 57조2971억원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5일 60조353억원을 기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대출받아 매수한 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는 증권사는 투자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반대매매를 통한 리스크 대비도 가능하다. 결국 빚투에 단타까지 조장해 증시 변동성만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근본적인 원인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