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둔 가운데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들은 새 정부의 규제 강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 관리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은 한도를 늘리며 틈새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가계대출 적정 성장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수도권 소재 1주택 이상 차주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일시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수도권 2주택 이상 차주의 대출을 제한한 데 이어 한 단계 더 강화됐다. 앞서 농협은행은 이달 초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와 대면 전세자금 대출의 타행 대환 취급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의 금리를 기존 연 3.7%에서 3.87%(전자계약 우대 금리 0.2%p 포함)로 0.17%포인트 올렸다. 가계대출 수요 관리를 위한 선제적 가산금리 인상이다. 다만 하루 150건 정도로 제한했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 한도는 500건 이상으로 늘렸다.
우리은행도 최근 변동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4.01~5.51%로 기존 대비 0.06%포인트 상향하는 등 금리를 소폭 조정했다.
반면 일부 은행들은 최근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역이나 자금 용도 등에 관계없이 주담대 만기를 최장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 조치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DSR이 낮아져 더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다.
하나은행 역시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하나원큐 주담대 한도도 최대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업은행은 10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는 0.2%포인트 인하한다. 비대면의 경우 전세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을 앞두고 한도 여유가 있는 은행들은 막차 수요를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이처럼 은행들의 가계대출 전략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에선 대출 전략이 다른 이유는 은행마다 '대출 여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은 추가 수요 유입을 조절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선제적 전략 조정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가산금리 산정 구조가 바뀌고 대출금리 하향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철저하게 유지 중이며, 타행에 대비해 가계대출 신규 잔액이 적은 편"이라며 "실수요 고객을 위해 기존 제한하던 조치를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문턱을 강화할지는 미지수"라며 "이재명 대통령 이후 가계대출 금리인하 등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가계대출 적정 성장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각 은행의 상황에 따라 관리 기조를 다르게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SR 3단계 시행 이후라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대고객 대출금리가 점차 낮아질 수 있어, 은행권도 하반기에도 꾸준히 모니터링을 통해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