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주요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공사 입장과 추가분담금 부담에 따라 수용할 수 없다는 조합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상승으로 약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만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합은 이미 지난해 공사비를 증액한 만큼 추가 인상은 불가하다며 채무부존재 소송까지 제기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1월 조합에 169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금융비융 일부 반환, 써밋 특화 기준 변경 등에 따른 비용이다.
대우건설과 조합은 지난해 6월 한 차례 공사비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기존 3.3㎡당 543만원에서 618만원으로 올렸다. 당초 대우건설은 공사비 총 526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사비 검증을 거쳐 요청액의 53%인 282억원 증액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공사비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입주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행당7구역은 다음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사업장은 최근 경기도 광명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철산주공8·9단지는 지난달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갈등이 있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착공 이후 2022년 2월 416억원, 2023년 12월 585억원 등 두 차례나 공사비를 올렸다. 지난 1월에는 1032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GS건설 역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결국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520억원으로 합의했다. 이외 노량진6구역, 대조1구역, 신반포4지구 등도 올해 서울시 중재를 통해 공사비 분쟁에 합의했다.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에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 2024년에는 36건으로 늘었다.

올 초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경우 조합원들이 세 차례나 공사비가 오른 만큼 이에 대한 세부 내역을 따져야 한다며 조합에 공사비 검증의뢰를 요청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 등에서 공사비 검증을 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합과 시공사가 별도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공사나 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피해는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이 자금을 시공사에 빌려 쓰고 일반분양 이후 갚는 구조라 시공사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정비사업이 속도전인데 공사비 인상을 거절하면 공사 중단, 입주 거부 등을 내세워 합의를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에 걸림돌인 공사비 갈등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신 안전진단, 조합설립 등의 규제 완화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8 대책에서 마감재 종류와 수준, 비용 등은 입찰 참여 단계에서 건설사가 상세히 제시하도록 해 공사비 증액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는 "이렇게 제안서를 들고 오는 건설사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조합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문제에 따른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졌다"며 "재초환 폐지 등 조합원들의 돈과 관련된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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