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불을 지른 남성이 구속됐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달리 기관사 대응과 시민 의식 등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제작사 우진산전 불연소재 기술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던 마천행 열차에서 남성 A씨가 불을 지르는 일이 있었다. A씨는 지난 2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사건 흐름이 유사하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있다. 22년 전 참사 이후 화재 대응 시스템이 정비되고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일부 시민이 열차에서 벗어나 한강 아래 하저터널을 통해 대피할 수 있던 점도 피해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동차 전장품 생산 전문기업 우진산전이 제작한 열차라는 점에 주목한다.
1974년 설립된 우진산전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로템, 다원시스와 국내 3대 철도차량 제조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진산전은 철도차량 용품 제조에서 시작해 현대로템과 관계를 맺다가 2000년대부터 직접 생산에 나섰다.
우진산전은 2019년 서울 지하철 5·7호선 전동차와 별내선 전동차 8호선을 수주하고 이듬해 1호선 신조 전동차 330량과 1호선, 일산선 신조 전동차 160량을 수주했다. 2021년에는 위례선 트램 차량과 부산교통공사 1호선 신조 전동차 200칸을 수주했다.
우진산전은 국토교통부 고시인 철도차량 기술 기준에 따라 차체와 실내 설비에 불연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바닥·단부·지붕 등 차체 외벽은 불연재인 알루미늄 합금이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내장판은 불연재인 알루미늄 압출재와 판재에 세라믹 코팅이 적용돼 있다.
객실 상판 역시 철도차량 기술 기준을 만족하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배합한 재료를 사용한다. 단열재는 알루미늄박으로 감싼 유리섬유가 적용된다. 유리섬유는 주재료가 무기질로 불연재다. 객실 의자는 난연성이 우수한 폴리카보네이트가 적용된다.
열차 제작 과정에서 화재를 막기 위한 기술도 있다. 차량 내부 화재 발생 시 유해가스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공기를 실외로 배출하기 위한 환기설비 배기팬을 설치했다. 환기장치는 운전실에서 제어할 수 있다.
차량 단부에는 차량 간 연결 통로문이 설치돼 화재가 발생하면, 통로문을 통해 확산을 막는다. 통로문 제어 역시 운전실에서 할 수 있다. 화재감지기는 객실에 3개가 설치돼 있어 종합제어장치가 감지기에서 확인한 정보를 종합관제실로 보낸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대구 화재 참사 이후 당시 내장재에 사용됐던 폴리에스테르 재질에서 현재는 AL+세라믹 재질 내장재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철도차량 기술 기준에 따라 불연재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 충북 증평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우진산전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448억5836만원, 영업이익 315억9652만원, 당기순이익 71억4956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63억원 2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김천공장을 준공한 우진산전은 올해 서울교통공사 1호선과 4호선, 8호선 220칸도 수주했다. 이제는 포화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움직임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진산전은 올해 말 또는 내년을 목표로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국내 시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내년에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미래 사업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IPO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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