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익 경영에 '법의 잣대'…고려아연, 사법 시험대 오르나
  • 황원영 기자
  • 입력: 2025.06.02 14:00 / 수정: 2025.06.03 19:06
최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예원 기자
최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재벌 총수들의 잇따른 횡령·배임 실형 판결로 재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최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유사한 혐의를 받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시험대에 올랐다. 사법부가 재벌 오너 일가의 사익 경영에 대한 단죄를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사적 친분으로 대여하고, 회사 자산을 유용하는 등 약 200억원대 배임 및 횡령을 저지른 데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총수 일가 지위를 악용한 사익 추구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엄중한 처벌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재벌 총수의 사적 지배권 남용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법부가 '총수 일가의 전횡'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사한 혐의로 고발된 최윤범 회장에 대한 법적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사적 친분에 수천억 의혹…고려아연 최윤범, 법정 시험대 오르나

최윤범 회장은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의혹이 제기돼 고소·고발된 상태다. 대표적으로 △사적 관계에 기반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5614억원) △자본잠식 상태의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5820억원) △경영권 방어 목적의 고가 자사주 공개매수(6800억원) 등이다.

특히 논란이 큰 부분은, 이사회 승인 없이 중학교 동창이 운용하는 신생 펀드(원아시아파트너스)에 막대한 자금을 출자한 사례다. 이는 조현범 회장이 '사적 친분'을 근거로 회사 자금을 대여했던 행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펀드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에도 연루돼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고려아연이 이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시장가보다 높게 매수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도 핵심 쟁점이다. 단순한 사익 추구를 넘어선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배임이라는 점에서 사익 추구형이었던 조현범 회장보다 법적 판단의 무게가 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조현범 회장에 대한 선고가 '사적 지배권 남용'에 대한 첫 실형 판단이라면, 최윤범 회장의 경우 그 연장선상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중대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규모나 고의성, 회사에 끼친 손해 규모 면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총수 일가의 기업 자산 사유화에 단호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최윤범 회장은 규모와 중대성 면에서 더욱 심각해 향후 사법적 판단의 중대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총수 책임 경영 원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총수 일가의 경영권 행사 방식에 대한 사법적 기준이 명확히 세워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의 실형 판결이 촉발한 '사익 경영 단죄' 기류는 최윤범 회장 등 다른 총수 일가로 번지며, 기업의 근본적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국내 재벌 체제에 대한 구조 개혁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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