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이 식탁에 올라가기까지…하림, 익산공장 가보니 [TF현장]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5.05.30 15:40 / 수정: 2025.05.30 15:40
라면·냉동식품·즉석밥 만드는 '퍼스트키친' 투어
하림, '에어칠링'으로 육즙 그대로 유지
하림은 전라북도 익산에 키친로드와 치킨로드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영 기자
하림은 전라북도 익산에 '키친로드'와 '치킨로드'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영 기자

[더팩트ㅣ익산=문화영 기자] "하림은 '식품의 본질은 맛이며 최고의 맛은 신선함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하림 관계자)

이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9일 <더팩트> 취재진은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 '퍼스트키친'을 찾았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컨베이어벨트 양옆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는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퍼스트키친'은 하림이 총 5200억원을 투자해 지은 대규모 복합공장이다. 하림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The 미식)' 제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공장 내부는 K1, K2, K3인 식품가공동과 온라인 물류를 책임지는 풀밀먼트센터가 있다. 이들은 연결돼 있어 제품들은 지게차나 트럭 없이도 생산부터 출하까지 자동으로 흘러간다.

기자는 먼저 라면을 만드는 K3동을 찾았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유탕면 반죽이 순간적으로 꼬불꼬불한 모양을 갖췄고 이어 기름에 튀겨져 나왔다. 약 150가닥씩 정량화된 면이 150℃ 이상으로 튀겨지는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완성된 면은 K1에서 생산된 액상 소스와 합쳐져 컵라면과 봉지 라면으로 변신했다. 하림 관계자는 "현재 유탕면과 건면 라인은 각각 하나씩이지만 올해 안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며 제품 판매량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K2동에서는 즉석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통 즉석밥엔 보존을 위해 소량의 첨가물이 들어가지만 하림은 쌀과 물만 사용한다. '클린룸'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 공기 유입을 철저히 차단한 공간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유물이나 극초미세먼지를 없애 무균 상태를 유지한다.

투명창 너머로 살균된 물과 쌀이 용기에 담긴 뒤 100도 이상의 스팀에서 12분간 천천히 뜸을 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림 관계자는 "클린룸에 무균화 설비들이 있기 때문에 실온에서 유통기한 10개월 가능하다"며 "'가족들을 위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 조미료를 넣지 않고 100% 쌀과 물로만 밥을 짓기에 시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들어가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말했다.

K1동에서는 조미식품(육수·소스), 냉동식품, HMI(Home Meal Itself, 가정식 그 자체) 제품들이 만들어진다. 사골, 돈골, 우골, 닭뼈에 신선한 채소를 넣고 최대 20시간 우려낸다. 공장 안을 살펴보자 두꺼운 옷을 입은 근로자들이 귀마개를 쓴 채 냉동 만두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인상적인 점은 하림은 라면 스프를 액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하림 관계자는 "분말가루를 육수로 만들고 농축한 뒤 스프로 만들 수 있지만 가열 등 방식을 최소화하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첨가물을 넣고 인위적으로 가루로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림은 차가운 공기를 통해 닭의 온도를 낮추는 에어칠링을 사용하고 있다. /하림
하림은 차가운 공기를 통해 닭의 온도를 낮추는 '에어칠링'을 사용하고 있다. /하림

이후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인 '치킨로드'로 향했다. 이곳은 닭고기가 가정에 도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미세한 냉기와 특유의 닭 냄새가 느껴졌다.

하림은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직접 닭 운송용 틀을 개발하고 전기충격 대신 이산화탄소로 기절시키고 있다. '가스스터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닭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액을 더 완전히 배출하기 위해서다.

그다음으로 탕작과 탈모가 진행된다. 탕작은 닭의 모공을 열어주는 작업으로 45~58도의 뜨거운 물을 통해 4단계에 걸쳐 닭을 불린다. 이후 7단계에 걸쳐 털을 제공한다. 또 '스티뮬레이션'을 통해 전기 자극과 마사지를 닭에게 해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에어칠링'이었다. '에어칠링'은 7㎞, 200여분 시간 동안 차가운 공기를 통해 41도의 닭을 2도 이하로 낮추는 과정이다. 해당 방식은 닭을 차가운 물에 담그는 워터칠링과 달리 닭 본연의 육즙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기자는 장갑을 끼고 '에어칠링'을 거친 닭고기를 직접 만져봤다. 드라이아이스가 따로 없었다. 이후 현장에서 닭고기 발골쇼가 펼쳐져 우리가 흔히 먹는 안심, 봉, 윙, 정육 등의 탄생을 볼 수 있었다. 현재 하림은 익산 공장 투어를 무료로 운영 중이다.

기자가 본 하림 익산공장은 신선함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된 식품공장이었다. 자동화, 무균, 장시간 우림, 냉각 시스템 등 기술의 정점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성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림산업의 '더미식'은 출시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1276억원을 기록했다.

하림 관계자는 "'적자 폭이 큰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꼼꼼한 과정을 거치며 만들고 있다"며 "식품의 재료 퀄리티와 맛 등 노하우를 통해 시장에 자리잡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향후 본격적인 경쟁을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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