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큰손' 잡아야…백화점업계, VIP 관리 집중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5.05.30 09:55 / 수정: 2025.05.30 09:55
등급 문턱 높이고 혜택 세분화…충성도 강화
1분기 백화점 매출 역성장…VIP 비중은 성장
국내 백화점업계가 매출 비중이 늘고 있는 VIP 고객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 핵심 고객 유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국내 백화점업계가 매출 비중이 늘고 있는 VIP 고객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 핵심 고객 유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백화점업계가 '큰손' 고객을 중심으로 내수 침체를 버텨내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VIP 등급 산정 기준을 일제히 높이는 한편 혜택과 공간 서비스도 고급화하며 핵심 고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가 VIP 고객을 유지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데 따른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등급 인원이 많아지면서 고액 고객 선별이 어려워지자, 문턱을 높이고 혜택을 정교화해 큰손 이탈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VIP 제도 에비뉴엘 운영 방식을 손봤다.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은 기존에 비공개하던 방식을 바꿔, 연간 구매액 상위 777명을 기준으로 정했다. 에메랄드는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오렌지는 일부 점포에 한해 3000만원 이상으로 조정됐다. 새롭게 도입된 사파이어 등급은 기준선이 8000만원이다. 주요 점포의 VIP 라운지를 새단장하고 상위 고객 전용 혜택 체계도 재설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제도 전반을 손질하며 최상위 트리니티 등급을 상위 999명으로 고정했다. 또 연 1억2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위한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했다. 기존 다이아몬드·플래티넘·골드 등급의 기준선도 모두 상향 조정됐다. 아울러 미쉐린 셰프와 협업한 고급 식음 콘텐츠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VIP 등급 체계 개편에 나섰다. 쟈스민 블랙은 1억5000만원, 블루는 1억원, 쟈스민은 6500만원 이상으로 각각 기준이 조정됐다. 등급별 연간 구매 기준이 지난 2023년보다 1000만~3000만원가량 상향됐다. 5060세대 VIP 고객을 겨냥한 전용 문화센터 콘텐츠를 도입해 등급 활용 폭도 넓히는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VIP 조직 체계를 키우며 고급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에는 PSR(퍼스널쇼퍼룸)실의 최민영 실장을 상무로 승진시켰고, 강신호 전 명품관 점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상위 소비층 눈길을 끌 수 있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와 독일 보석 브랜드 '벨렌도르프' 등 희소 명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최근 고물가, 소비 침체 등 요인으로 매출 부진을 겪었다. 올해 1분기 백화점 3사의 실적은 소비 심리 위축과 고물가 지속으로 전반적인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1.1% 감소한 806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0.8% 감소한 6590억원, 현대백화점은 5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줄었다.

매출액에 비해 VIP 고객의 매출액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어 이들을 유지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액 중 VIP 비중은 2020년 35%에서 지난해 45%로,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31%에서 45%로 커졌다. 현대백화점은 43% 수준이며 한화갤러리아는 절반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 고액 구매자가 실적을 견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전체 소비 기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백화점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며 "실질적인 매출 기여도를 지닌 VIP 고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또 "최상위 고객의 범위를 분명히 하면 VIP로 하여금 차별성을 느끼게 할 수 있어 유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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