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국내 건설업 인력난이 계속되며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공지능(AI)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건설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4.7%에 해당하는 22만9541명이었다. 전체 근로자 7명 중 1명이 외국인 근로자인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조선족인 한국계 중국인은 8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인 5.9%, 베트남인 2.2%,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인) 1.7%, 우즈베키스탄인 1.6% 순이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공공공사는 공사비 1억원 이상, 민간공사는 50억원 이상만 퇴직공제가 의무적으로 가입되기 때문에 소규모 현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외국인 근로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2020년 11.8%, 2021년 12.2%, 2022년 12.7%, 2023년 14.2%, 2024년 14.7%로 매년 늘어가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 위험성과 하자 발생 가능성 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활용이다. DL이앤씨는 기존 활용 중인 관리자와 근로자 간 양방향 소통 플랫폼 '어깨동무M'에 AI 자동번역 시스템 기능을 추가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안전 수칙과 작업 변경 사항에 따른 신규 위험 요소 등 안전 관련 주요 공지사항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공한다. 공지사항은 중국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등 외국인 근로자의 국적정보를 기반으로 언어별 자동 번역돼 즉시 전달된다.
GS건설도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 통역 프로그램 '자이보이스'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음성을 인식해 120여개의 언어로 동시에 택스트로 표현할 수 있다. 건설 전문용어도 정확하게 번역되는 것이 특징이다.
건설사들은 영상 자료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도 고취시키고 있다. 대우건설은 다양한 언어로 외국인 노동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 DL이앤씨도 한글을 몰라도 안전 수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다국어로 번역·활용 중이다.
통역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현장도 많다. 대우건설은 통역 전담 직원을 채용해 현장에 배치하고 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각 현장에 명예 통역관을 지정해 동시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에 진입하는 내국인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 비중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