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PO 삼수' 케이뱅크 '맞손' 꺼리나…RFP 열흘째 소식 '無'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5.29 13:48 / 수정: 2025.05.29 16:23
케이뱅크, 주관사 선정부터 난항 '감지'
과거 대표 주관사 맡았던 NH투자·KB증권 정도 물망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세 번째 상장 도전을 위한 RFP를 발송했으나 아직 주관을 맡겠다는 증권사는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세 번째 상장 도전을 위한 RFP를 발송했으나 아직 주관을 맡겠다는 증권사는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세 번째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았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RFP를 수령한 지 열흘째가 넘었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RFP를 발송했다. 올해 1월 두 번째 상장 도전을 자진 철회했다가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IPO 재도전을 결의한 지 두 달 만이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케이뱅크의 IPO를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증권사는 이날 기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늦어도 다음 달 중 주관사 선정을 목표한 케이뱅크 역시 자신의 높은 몸값을 소화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RFP를 보낸 후 증권사들이 입찰에 응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상장에 관련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와 인연이 있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행보에 자연스레 시선을 보낸다. 양 사는 과거 케이뱅크가 IPO에 나섰을 때 각각 1차와 2차 도전에서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은 경력이 있다.

동시에 케이뱅크의 IPO 대표 주관사가 모두 달랐다는 점은 이번 IPO 재도전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요소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과 2024년 10월 상장에 나섰을 때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상장 파트너를 모두 교체했다. 조 단위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IPO 대어'가 상장 철회 후 재도전에서 주관사단을 새로 꾸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이유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처음으로 IPO를 추진했을 때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증권과 JP모간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씨티증권과 JP모건과 결별하고 KB증권과 외국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대표 주관사로 변경했다. 1차 주관사단에서 리더를 맡은 NH투자증권은 2차에서는 공동 주관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위가 다소 격하됐다.

따라서 케이뱅크의 '우군'으로 평가된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의 3차 IPO 도전까지 주관사단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과거 케이뱅크 IPO 주관 경험과 딜 수임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2차 IPO 도전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은 KB증권의 경우 다시 케이뱅크의 주관사를 맡을 여건은 다른 증권사보다 조금 더 나은 상황이다. 지난 2월 2조원에 육박한 공모 규모로 국내 증시에 입성한 LG CNS 상장을 맡고, 경쟁사들이 대표 주관사를 맡은 DN솔루션즈(미래에셋증권)나 롯데글로벌로지스(한국투자증권)가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IPO 실적 압도적 1위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소 여유가 있어서다.

반면 양 사 모두 미온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IPO 첫 단추인 주관사 선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케이뱅크의 잇따른 상장 실패 사례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책임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대표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 KB증권이 아닌 아예 새로운 증권사가 맡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는 이유다.

높은 몸값을 소화할 하우스도 한정적이다. NH투자증권, KB증권과 함께 IPO 관련 대형사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은 케이뱅크의 경쟁사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주관사를 맡고 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은 역시 케이뱅크의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주관사 선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케이뱅크가 연이은 상장 도전 실패에도 재상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최대주주인 BC카드의 재무적 부담이 원인으로 꼽혀서다.

케이뱅크는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절반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았는데, 이때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최대주주가 FI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옵션이 포함됐다.

최대주주인 BC카드가 FI의 지분을 사들여야만 하는 콜옵션 발동을 막으려면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상장예비심사부터 수요예측까지 통상적으로 1년여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7월 내 상장을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 달 중으로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의미다. 케이뱅크의 세 번째 IPO 도전이 여러모로 험난한 시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정도 몸집을 소화하려면 대형사가 맡아야 하는데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은 경쟁사의 주관사로 계약이 돼 있어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 과거 연이 있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 정도를 제외하면 마땅한 후보군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이 부담을 느낀다면 여러 중소형사가 함께 주관을 맡거나 외국계 쪽이 대표 주관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