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용인=문화영 기자] "관람만 하던 장미축제에서 벗어나 정원 문화와 티 문화를 결합해 새로운 체험을 만들겠습니다."(이형기 에버랜드 크리에이티브 팀장)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 로로티)'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했다. 단순히 꽃을 감상하고 사진만 찍던 축제를 넘어 관람객이 향기, 이야기, 티 문화 속에서 머무는 몰입형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 28일 기자가 방문한 로즈가든에는 300만 송이 장미가 활짝 피어 장관을 이뤘다. 형형색색 장미 사이로 다양한 일러스트, 대형 조형물들이 있어 마치 동화 속 장미마을에 온 듯한 감성을 자아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장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정원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로로티'는 '장미를 사랑하는 사막여우가 티파티를 연다'라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꾸며진 축제다. 주인공은 도나 D. 로지라는 사막여우로 이른 아침부터 장미 정원을 가꾼다. 이 신비로운 세계관은 로즈가든에 초대받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로로티'는 △비너스원 △미로원 △빅토리아원 △큐피드원으로 구성된다. '비너스원'은 아름다움의 여신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피어난 장미들을 모은 공간으로 세계장미대회에서 수상한 품종들이 전시돼 있다. 장미 사이로 사막여우들이 평화롭게 쉬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미로원'은 향기에 취해 길을 잃어버리는 곳이다. 향기가 강한 품종을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도록 펜스 없이 식재돼있으며 플라밍고와 사막여우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이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경학 박사인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은 "장미의 향기는 차가운 공기가 있는 아침에 제일 강하다"며 "놀이기구 대신 식물 체험을 즐기는 '가든패스' 고객들을 위해 아침 일찍 입장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원'에서는 에버랜드 자체 개발 품종인 '에버로즈'를 볼 수 있다. 웨딩, 패밀리, 페스티벌, 에버스케이프로 구성된 에버로즈 중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국제 장미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일본으로 수출됐다. 이곳에는 다양한 포토스팟들이 있어 마치 오픈형 갤러리를 연상케 했다.
'큐피드원'은 큐피드와 비너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간으로 사랑과 가족을 주제로 한다. 사막여우가 가족과 함께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전달한다. 이곳에서 만난 초등학생 A씨는 "가족들과 일 년에 한 번 정도 에버랜드에 방문한다"며 "장미가 너무 아름답다"고 연신 감탄했다.
이준규 그룹장은 "'꽃이 사람들의 즐길 거리가 되고 그 즐길 거리가 우리 문화가 될 것이다'라는 창업회장의 헤리티지가 이 공간에서 계속 만들어진다"며 "그 시대 언어와 생각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고 변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중장년층의 모습이 유독 많이 띄었다. 60대 여성 B씨는 "작년에도 왔는데 그땐 꽃이 좀 져있어서 올해는 날짜를 앞당겨 왔다"며 "장미가 가득 있어 너무 좋고 여우가 있어 볼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내년에도 또 올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푸바오 패밀리가 큰 인기를 끌며 여성 방문객이 늘었고 장미 등 식물이 중장년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는 에버랜드는 꼭 놀이기구만 타는 곳이 아닌 문화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공간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이번 장미축제를 위해 사막여우 인형, 우산, 양말, 유리컵 등 약 70개의 로로티 굿즈를 새롭게 제작했다. 해당 굿즈는 '로로티 캐슬'과 '메모리얼샵'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축제 콘셉트와 스토리를 더욱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로즈가든 바로 옆 쿠치나마리오 레스토랑에서 축제동안 유럽의 대표 문화인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다.
이형기 에버랜드 크리에이티브 팀장은 "40주년을 맞은 장미축제는 관람하는 것을 넘어 정원문화와 티문화를 결합해 새로운 체험과 문화를 창조했다"며 "사막여우 캐릭터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문화가 살아있는 축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개장한 '로로티'는 개장 열흘 만에 25만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장미와 티문화, 스토리텔링,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결합된 새로운 페스티벌을 선보인 것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약 8000만 송이 장미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왔다. 초반에는 단순히 장미를 관람하는데 그쳤지만 '로즈가든'으로 발전시켜 놀이공원, 동물원 위주에서 벗어나 음악, 공연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꽃축제로 만들었다. 에버랜드 측은 현재까지 약 6000만명이 장미축제를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이형기 팀장은 "지난 2013년 에버랜드에 맞는 품종 개발을 결정하고 '에버로즈' 40품종이 개발됐다"며 "새로운 장미에 대한 기억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고 에버랜드만의 장미문화를 가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막여우와 함께하는 에버랜드 장미축제 '로로티'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