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시와 재건축 조합들이 공공기여를 두고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가 정비사업을 지연시킨다며 강요가 아닌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말 정비계획 통합심의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의 설계안을 보류했다. '소셜믹스(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혼합 배치)' 차원에서 한강변 동에 공공임대주택을 섞으라는 이유에서다. 조합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의 요청사항을 반영해 통합심의를 재접수한 상태다.
비슷한 사례는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곳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공개 추첨으로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강변에 배치된 임대주택 수가 늘면 그만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조합원과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든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집은 같은 면적이라도 수억원이 더 비싸기 때문에 분양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합원이 비선호동에, 임대가구가 선호동에 배치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의 요구에 반발해 벌금을 내는 것을 택한 단지도 있다. 강남구 구마을3지구(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별도로 진행해 사실상 임대와 일반분양을 분리했다. 서울시는 이를 사후에 인지했다며 징벌적 성격의 부당이익금 20억원을 반환하도록 했고, 조합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는 "유사 재발방지를 위해 올해 3월부터 매월 수시로 자치구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공개추첨계획 수립, 일반분양승인 전 공개추첨 여부 등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개추첨 위반 처벌조항 신설 등 법령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다만 소셜믹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소셜믹스 정책의 유연한 제도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 기피시설 강요도…전문가 "서울시 과도한 간섭 말아야"
공공임대 소셜믹스 외에도 다른 종류의 공공기여를 두고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은 빈번히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서울시는 2023년 이 단지에 공공기여로 노인요양시설(데이케어센터) 건립을 제안했으나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1년 넘게 늦어졌다. 서울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자, 결국 조합은 지난해 11월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수용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공공기여와 관련해 간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이윤홍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임대는 서울시가 소셜믹스까지 강제하면 재산권 침해"라며 "공공기여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요구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최근 공사비가 급격히 올라 재건축 사업성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용적률 완화 등이 큰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이 지을 수록 공사비도 더 올라간다. 여기에 공공기여까지 과하게 요구하면 사업성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조합원들과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정공공기여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니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공공기여에 대해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갈등을 줄여야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고 주택 공급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