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로 모빌리티 정조준…LG화학 초고중합도 PVC·롯데켐 난연성 플라스틱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5.28 16:16 / 수정: 2025.05.28 16:16
LG화학,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 제품 개발
롯데케미칼, 난연성 플라스틱으로 배터리 소재 공급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스페셜티)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한동엽 LG화학 PVC.가소제사업부장 전무, 박정근 이엘일렉트릭 대표, 안종호 삼성F.C 대표가 1월 10일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스페셜티)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한동엽 LG화학 PVC.가소제사업부장 전무, 박정근 이엘일렉트릭 대표, 안종호 삼성F.C 대표가 1월 10일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스페셜티)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저가 공세로 생존을 위협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는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해 모빌리티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초고중합도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전기차 충전 케이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고부가 제품 육성을 위해 여수공장의 PVC 생산라인 일부를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한 바 있다.

중합은 분자들을 결합해 거대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말한다. 초고중합도는 결합하는 분자의 수를 초고도로 끌어올린 형태다. 기존 PVC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다. PVC는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으로 주로 건축자재, 전력 케이블, 바닥재, 창호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조직에도 힘을 실었다. 올해부터 제품개발팀 외에 고부가용도개발팀·고부가시장개척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R&D(연구개발)는 제품개발팀이 담당하지만, 이를 △전기차 충전 내열 케이블 △자동차 전선 △인조가죽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업무에는 용도개발팀과 시장개척팀이 나서는 방식이다.

LG화학은 전기차 충전기 및 전력케이블 전문기업 이엘일렉트릭과 전기차용 친환경 난연케이블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U)을 맺었다. LG화학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초고중합도 PVC가 협력사인 삼성에프.씨(F.C)의 컴파운딩 공정을 거쳐 이엘일렉트릭의 전기차 급·고속 충전용 케이블에 적용된다. LG화학과 이엘일렉트릭은 올해 3월 국내 제품을 출시했고 7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초고중합도 PVC가 적용된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은 우수한 내열성과 난연성(불이 붙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화재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하는 고강성 난연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의 주요 화재 원인은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물리적 충격, 과전압, 과방전 등 전기적 충격에 의해 배터리 내부 온도가 단 몇 분만에 약 1000℃ 이상 증가하게 되는 현상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스페셜티)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인터배터리 참가 부스 조감도.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 제품(스페셜티)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인터배터리 참가 부스 조감도. /롯데케미칼

기존 배터리에 적용되던 금속 소재는 연비개선, 원가절감 목적으로 플라스틱으로 변경되는 추세다. 배터리 화재사고가 증가하면서 화재 확산을 늦출 수 있는 소재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기존 제품에서 강성과 난연 특성을 개선한 짧은 유리섬유(Short Glass Fiber)와 긴 유리섬유(Long Glass Fiber) 소재를 개발해 배터리 부품사에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서 강성과 난연 특성을 개선한 SGF와 LGF는 기존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대비 성형성이 우수하고 성형품의 경량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난연 성능을 구현하는 유해 물질인 할로겐이 포함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2025 인터배터리'에 최초로 참가해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 등을 선보였다. 리튬이온 배터리용 핵심 소재와 그간 쌓아온 스페셜티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는 중국 석유화학 회사들의 범용 제품 과잉 공급에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다. 대다수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자의 늪에 빠져 있고,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 해도 당장 다음 분기 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부가가치제품(스페셜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생존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범용 석화제품 생산을 지속하는 것보다 기술 격차를 확보한 스페셜티 제품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고부가 사업구조로의 사업전환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향후 글로벌 전기전자, IT, 모빌리티, 의료, 통신 시장에 보다 적극적인 시장 전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으로서 스페셜티 확대에 대한 지원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상반기 정부 석유화학업계 지원책 중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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