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가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민간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인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행보가 적극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일본 도쿄를 찾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 등을 만났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경제 협력 필요성과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이시바 총리와의 면담에 대해 "한일 양국이 미국 상호 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확대와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시바 총리에게 양국 기업 활동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특히 최 회장은 올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APEC CEO 서밋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관심과 함께, 일본 유수 기업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APEC 정상회의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며, 회의 기간 중 글로벌 기업인과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경제인 행사 APEC CEO 서밋도 진행된다.
최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지난해부터 '캘박'(캘린더 박제, 일정을 저장)해 뒀다"고 밝힐 정도로 APEC 일정을 각별히 챙겨 왔다.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지역 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 기업들의 혁신 역량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자리이기도 하다.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7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며, 경제·사회적 편익 등 중장기 간접 효과는 4조1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총 2만3000여명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이자, 행사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 외교의 상당 부분이 마비된 상황에서 지난 2월 미국으로 건너가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는 등 해외에서 민간 외교를 펼칠 때도 APEC에 대한 비즈니스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과 접촉해 초청 의사를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 주요 인사를 만날 때마다 APEC 관련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직접 경주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APEC CEO 서밋 개최 후보지의 시설과 참가자 숙소, 만찬장 등 준비 상황 전반을 살펴보고, 지자체 간담회를 열어 APEC CEO 서밋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은 아태 지역의 경제 리더들이 모여 미래 성장과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경주·경북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는 7월 경제계 최대 규모의 행사인 대한상의 하계포럼도 경주에서 열기로 했다. 그간 제주에서 개최했지만, APEC 정상회의 및 APEC 경제인 행사를 앞두고 APEC 홍보와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해 경주로 장소를 옮겼다. 이번 포럼은 APEC 성공 개최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럼 기간 동안 APEC 관련 주요 행사장, 식당, 관광지 등을 방문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 APEC 행사 준비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만큼이나 APEC에 '진심'인 기업인은 조현상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며 APEC 기업인 자문 기구인 'ABAC' 활동을 펼쳤다.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조 부회장은 그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민간 외교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조 부회장은 올해 들어 ABAC 의장으로서 ABAC 회의 등 주요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ABAC 회의는 APEC 21개 회원국의 ABAC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역내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간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정상 건의문을 만든다. 정상 건의문은 최종적으로 'ABAC 위원·APEC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APEC 정상들에게 전달돼 각 회원국 정부의 정책 공조 및 협력 방안 모색에 활용된다. 현재까지 2월 호주 브리즈번,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회의를 열었고, 조 부회장은 다양한 의견을 통합, 조율해 회원국 통상 장관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도출했다. 그는 회의 기간 중 APEC 정상회담에 각국 정·재계 리더들의 참석을 독려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개최한 제7차 APEC 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오는 7월과 10월에는 각각 베트남과 부산에서 열리는 ABAC 3·4차 회의도 주재하며 위원들의 의견이 각국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을 쏟을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ABAC 한국의 주도로 APEC 비즈니스 트래블 카드의 활성화와 같은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며 "이번 대한민국 APEC을 그간의 행사와 차별화해 경주 선언, 대한민국 선언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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