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진로' 공식 세운 하이트진로…필리핀 채널 '점령' [TF현장]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5.28 09:00 / 수정: 2025.05.28 09:00
코로나19 이후 소주 수요 급증…K-드라마 영향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 현지인이 찾는 채널 공략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인 S&R에서 한 소비자가 진로 소주를 시음하고 있다. /문은혜 기자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인 'S&R'에서 한 소비자가 진로 소주를 시음하고 있다. /문은혜 기자

[더팩트 | 필리핀 마닐라=문은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어요. 드라마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한 번 따라해봤는데 신선한 경험이었죠. 그 이후로 종종 '삼쏘'(삼겹살에 소주)를 하곤 해요."(안드레아, 21세)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필리핀 마닐라 시내 대형마트 '퓨어골드(Puregold)'. 주류 코너 한 쪽에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진열된 초록색 소주병들이 마트를 찾은 필리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쇼핑 카트에 필리핀 대표 맥주 산미구엘을 담던 한 소비자는 바로 옆에 진열된 각종 과일맛 진로부터 참이슬 오리지널, 참이슬 후레쉬를 한참 들여다봤다.

퓨어골드는 필리핀 서민들이 주로 찾는 도매형 할인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 곳에서 '참이슬', '진로'를 찾는 현지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하이트진로의 과일 소주(진로 청포도·레몬·자몽·딸기, 자몽에이슬·복숭아에이슬)와 레귤러 소주(참이슬 오리지널·후레쉬)를 판매하고 있다.

퓨어골드 관계자는 "과거 한국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로가 최근 현지 가정에서도 즐기는 데일리 술로 자리잡고 있다"며 "1~2년 사이에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곳 퓨어골드에서 평일에 팔리는 진로 제품은 평균 20병, 주말에는 60병까지도 나간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가 필리핀에 본격 진출한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판매된 제품은 과일맛 소주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K-드라마를 접한 현지인들에게 '소주'가 익숙해지면서 최근에는 오리지널 판매량이 과일맛 소주를 역전했다.

김수환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팀장은 "최근 들어 현지인들이 마트에서 레귤러 소주(오리지널, 후레쉬)를 구입해 집에서 마시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 필리핀 전체 시장 판매량을 보면 레귤러 소주 비중이 약 65%, 과일 소주가 35%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퓨어골드를 찾아 진로 소주를 구매한 소비자 안드레아(Andrea, 21세)씨는 " 필리핀에 흔한 40도짜리 현지 술들에 비해 소주는 훨씬 부드럽고 마시기 편안한 느낌이 있다"며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가족들과 함께 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즐긴다"고 말했다.

바텐더로 일하며 소주를 알게됐다는 얼윈(Erwin, 43세)씨는 "필리핀 서민들은 일반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빨리 취할 수 있는 독할 술을 좋아하는데 소주는 상대적으로 도수는 낮으면서 맛이 깔끔해 차별화되는 것 같다"며 "특히 필리핀에서도 즐겨 먹는 바베큐와 페어링이 잘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인 S&R 한켠에 자리잡은 진로 소주들. /문은혜 기자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인 'S&R' 한켠에 자리잡은 진로 소주들. /문은혜 기자

주류에 특화된 매장 중 필리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구성도 다양한 S&R에서 진로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S&R에서 바이어로 일하고 있는 니코(Nico, 25세)씨는 "K-팝 팬들과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의 구매 비중이 높다"며 "또한 S&R은 B2B 사업자 회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도매상, 소형 슈퍼마켓, 외식업자들이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존 한인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공략한 하이트진로의 성과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필리핀 진출 초기부터 거래한 현지 주류 유통업체 K&L에 따르면 진로 소주 판매량은 지난 2018년부터 연간 약 15%씩 꾸준히 성장 중이다.

현지 식당, 유통업체, 편의점 등에 진로를 납품하고 있는 강정희 K&L 대표는 "이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소주 주세요'라고 하면 종업원이 다른 브랜드를 무작위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진로 제품으로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맥'(소주+맥주) 문화까지 인기를 끌면서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유통채널에 진출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 중인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주류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더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한국 주류 영업을 모델 삼아 필리핀 전역에 전담 영업 인력을 배치해 매장 진열 점검, 프로모션, 직원 교육 등현장 밀 착형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일상적 음주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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